겁 없이 소리에 덤빈 탓일까?
소리를 하면서
늘 안개 자욱한 험준한 산을 넘는 기분이었다.
정상에 다다르면
또 안개를 잔뜩 머금은 산이 떡 버티고 있었고
또 넘으면 또 있고 또 넘으면 또 있고······.
육체적인 고통을 참아내기 위해
외공을 익혀야했고
정신적인 갈등을 떨쳐내기 위해
내공을 쌓아야했다.
그렇게 어설픈 외공과 내공으로
애송이 티를 벗어난 내 자신을 바라보며,
만약 이런 물음을 내게 던진다면
날 가르치신 고명한 선생님들은 날 꾸짖을까?
동료들은 날 비웃을까?
도를 수양하는 마음으로
소리와 내가
진정 하나 된
그 심연의 깊이에 도달하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면서도
가끔 내 자신에게
되묻곤 하는
어쩌면 당연할지 모를 그 물음.
“소리란 뭘까?”
- 음반 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