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아 명창과 함께 하는 우리소리

공연

김세종제 판소리 춘향가 출간

추임새 2019. 7. 22. 11:38

저자 서문

 

성우향 선생님께서 돌아가신 지 벌써 5년이 되었는데 아직 실감이 안 난다.

선생님 문하에 들어 소리 공부를 처음 시작한 게 열일곱 살 때였으니 벌써 30년이 지났는데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강상에 둥둥 떴는 배!”

처음 단가 강상풍월을 배울 때, 판소리가 뭔지도 모르면서 소리만 빽빽 질렀던 그때가 눈앞에 선하다.

이제 중년이 넘은 나이가 되니 선생님에 대한 기억이 더 사무치게 되고 우리 전통을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또한 선배님들의 노고가 후대에 잘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들기도 한다.

 

판소리는 뛰어난 천재가 만들어 어느 날 세상에 내어 놓은 예술이 아니다.

판소리는 이미 완성되어 고정되어 있는 예술이 아니라,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많은 사람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고 다듬어진 집단 창작물이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판소리는 우리 민초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들고,가락 또한 정제되어 왔으며,

수많은 검증 속에서 우리 민족문화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예술 장르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판소리는 아직도 완성을 향해 가는 입고출신(入古出新), 더늠의 예술이라는 점에서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번에 내게 된 춘향가 창본 역시 이전 명창의 소리를 이어받아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판소리 전통의 한 마디이다.

 

판소리는 전승 과정에서 지역에 따라 혹은 소리꾼에 따라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지게 되는데

섬진강 줄기를 기준으로 동쪽 지방에서 불린 동편제와 서쪽 지방에서 불린 서편제로 대별된다.

동편제가 대마디 대장단의 선이 굵은 소리라면, 서편제는 섬세함과 기교를 갖춘 소리로 특징을 짓기도 한다.

김세종제 춘향가는 크게 보아 동편제에 속하는 소리로 볼 수 있는데,

조선 8대 명창의 한사람으로 꼽히는 김세종에 의해 전승되어 온 소리이다.

 

김세종은 판소리를 집대성한 동리 신재효가 고창에서 소리꾼들을 모아 교육할 때 소리 선생으로

판소리를 지도한 소리꾼이자 이론가였으며,

최초의 여성 소리꾼 진채선을 경회루 낙성연에서 출연시킨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김세종의 춘향가는 흥선 대원군이 특별히 총애한 것으로 유명하다.

어전에서 펼쳐지는 춘향가는 정제된 선율과 표현, 문학적 우수성으로 인하여

양반들조차 애호하고 향유할 정도의 예술적 깊이를 갖는 판소리로 꼽힌다.

이러한 김세종제 춘향가는 김찬업, 정응민을 거쳐 나의 스승인 성우향으로 이어져 왔다.

 

이번에 발간하는 김세종제 춘향가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문학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춘향가 사설을 주석을 달아 음미할 수 있도록 하였다.

판소리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 중에 하나가 수많은 한시와 고사성어가 등장하기 때문이기도 한데,

이에 대한 주석을 달아 더 깊이 그 맥락을 문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춘향가 사설은 정독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큰 감동을 안겨 주는 완결된 문학작품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는 소리를 배우는 사람들이 창본으로 쓸 수 있도록 장단에 따라 소리 마디를 구분하여 창본으로 쓸 수 있도록 편집하였다.

마지막에는 창본에 인용된 한시에 대한 배경 설화와 시 구절 해설을 달아 창본 이해를 돕기 위해 차용 한시 해설을 달았다.

 

이 창본 출판을 준비하면서 소리꾼으로 산 평생 동안 참으로 많은 분의 은혜를 입었다는 걸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성우향 선생님께서는 그 지난한 훈육 과정 중 한 번도 핀잔을 주시지 않으셨으며

자존심이 상하지 않게 늘 배려해주셨다.

그야말로 어머니 스승이셨던 성우향 선생님의 기억을 되새기게 된다.

그밖에도 이 창본의 저본으로서 많은 도움이 된 성우향이 전하는 김세종제 판소리 춘향가의 저자 허성도 교수님과

한시의 감수를 맡아 탁월한 안목을 보여 주신 재야 한학자 이우재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나와 함께 소리 공부를 하면서 열과 성을 다해 원고를 정리해 준 김석민 군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20196

김경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