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제 심청가 사설

성우향 창본- 강산제 심청가                       

            

             성우향 판소리 연구회, 1995년 도서출판  학림사 간

 

[아니리]

 

송나라 원풍(元豊) 말년에 황주 도화동(黃州挑化洞)  사는 봉사 한 사람이 있난디,

성은 심이오, 이름은 학규였다. 

누대명문거족(累代名門巨族)으로 명성이 자자터니,가운이 불행하여 삼십후 안맹이라,

낙구청운(落水淸雲)에 발자위 끊어지고 일가친척 멀어져 뉘라서 받드리요.

그러나, 그의 아내 곽시 부인이 있난디,

주남(周湳) 소남(召湳) 관저시(關雎詩)를 모르난 것 전혀 없고,

백집사가감(百執事可堪 )이라 곽씨 부인이 몸을 버려 품을 팔제,

 

[단중모리]

 

삯바느질 관대(冠帶) 도복(道袍) 행의(行衣) 창의(氅衣) 직령(直領)이며,

협수쾌자(夾 袖快子) 중치막과, 남녀의복(男女衣服)의 잔누비질,

상침(上針)질. 갓끔질과, 외올뜨기 꽤땀이며,

고두누비 솔올이기, 망건뀜이 갓끈접기,

배자토수(褙子吐手) 버선 행전(行纏), 포대 허리띠, 댓님 줌치.

쌈지 약량(藥囊), 필낭(筆囊) 휘양(揮陽),볼지 복건(僕巾), 풍채이며,

천의(天衣) 주의(周衣) 갖은 금침,

베개모, 쌍원앙(雙鴛鴦) 수(繡)도 놓고,

오색(五色) 모사(毛絲) 각대(角帶) 흉배(胸背) 학(鶴) 기리기,

궁초(宮稍) 공단(貢緞) 수주(繡紬), 선주(鮮紬), 낙능(落綾) 갑사(甲絲),

운문(雲紋) 토주(吐紬), 갑주(甲紬) 분주(紛紬) 표주(標紬) 명주(明紬),

생초(生稍) 통견(通絹) 조포(組布) 북포(北布), 황주포 춘포(春布) 문포(紋布) 제초리며,

삼베 백저(白苧) 극상(極上) 세목(細木), 삯을 받고 말아 찧기,

청황(靑黃) 적흑(赤黑) 심향(沈香) 오색(五色) 각색(各色)으로 염색(染色)허기,

초상(初喪)난집의 원삼(圓衫) 제복(祭服),

 

혼장대사 음식(飮食) 숙정(熟政),

갖은 증편 중계(中桂) 약과, 박식산(薄食散) 과자(菓子) 다식(茶食) 정과(正果). 냉면(冷麵) 화채(花菜) 신선루(神仙爐)며,

각각 찬수(饌需) 약주(藥酒)빚기,

수파련(水波蓮) 봉(鳳)오림, 패상하기, 고임질을 잠시도 놓지 않고,

수족(手足)이 다 진(盡)토록, 품팔아 모일적에,

푼 모아 돈 짓고, 돈 모아 양(兩) 만들어, 양(兩)을 지어 관(貫)돈 되니,

일수(日收) 체계(遞計) 장이변(長利邊)에 이웃집 사람들께,

착실(着實)한 곳 빚을 주어 실수(失手)없이 받아들여,

춘추시향(春秋時享)에  봉제사(奉祭祀),

못보는 가장공경(家長恭敬), 시종(始終)이 여일(如一)하니,

상하일리(上下隣里)의 사람들, 

 

 

[아니리]

 

곽씨부인 어진 마음, 뉘 아니 칭찬허리.

하로난 심봉사 먼 눈을 삔뜩이며,

'여보 마누라, 마누라는 전생에 무삼죄로 이땅에 나를 만나

날 이렇게 공대허니 나는 편타 할지라도

마누라 고생살이 도리어 불안하오.

그러나 어쩔것이오.

사는대로 살아가되 오늘은 지원 할 일이 있오.

우리 년장 사십이나 슬하 일점 혈육없어

조상향화(祖上香火) 끊게 되고,

우리내외 사후라도 초종장사(初終葬事) 소대기(小大朞)며,

년년이 오난 기일, 어느 뉘라서 받드리까.

그러나 우리가 사십 우에라도 명산대찰 신공이나 드려,

남녀간에 낳어 보면 평생 한을 풀겠구만.'

곽씨부인 이 말 듣고 공손히 대답허되

'가군(家君)의 정대하신 마음 몰라 발설치 못하였더니,

지금 말씀 그러허오니 지극 신공 하오리다.

옛글에 허였으되 불효삼천 무후위대(不孝有三無後爲大)라 하였으니

품을 팔고 뼈를 간들 무슨 일을 못 하오리까.

정성껏 빌어 보오'

 

[중모리]

 

곽씨부인 그날부터 품 팔아 모인 제물 왼간 공을 다 드릴제,

명산대찰(名山大刹) 영신당(靈神堂)과 고묘총사(古廟叢祠) 석왕사(釋王寺)며,

석불(石佛) 미륵(彌勒) 서계신디 허유허유 다니시며

가사시주(袈裟施主) 인등시주(引燈施主), 창호시주(窓戶施主)

십왕불공(十王佛供), 칠성불공(七星佛供), 나한불공(羅漢佛供),

가지가지 다 하오니, 공(功)든 탑(塔)이 무너지며,

심든 낭기(나무) 꺽어지랴.

 

갑자(甲子) 사월(四月) 초파일야(初八日夜), 한 꿈을 얻은지라.

서기(瑞氣) 반공(半空)하고 오색채운(五色彩雲) 영롱터니,

하날의 선녀(仙女) 하나, 옥경 (玉京)으로 나려올제,

머리 위에 화관(花冠)이요, 몸에난 원삼(圓衫)이라.

계화(桂花)가지 손에 들고, 부인전(夫人前) 배례(拜禮)허고,

곁에 와 앉는 거동,

뚜렷한 달정신이 산상(山上)에 솟아난 듯,

남해관음(南海觀音)이 해중(海中)에 다시온 듯,

심신(心身)이 황홀(恍惚)하여, 진정키 어렵더니,

선녀(仙女)의 고운 태도(態度), 호치(皓齒)를 반개허고,

쇄옥성(灑玉聲)으로 말을 헌다.

'소녀는 서왕모(西王母) 딸이려니

반도진상(蟠桃進上)가는 길에, 옥진비자(玉眞婢子) 짬깐 만나,

수어(數語) 수작(酬酌)을 허옵다가, 시가 조끔 늦었기로,

상제(上帝)께 득죄(得罪)허여, 인간(人間)의 내치심에, 갈 바를 모르더니,

태상노군(太上老君) 후토부인(后土夫人), 제불보살(諸佛菩薩) 석가(釋迦)님이,

댁(宅)으로 지시(指示)허여, 이리 찾아 왔아오니, 어여삐 여기소서'

품 안에 달려들어, 놀래어 깨달으니 남가일몽(南柯一夢)이라. 

 

 

[아니리]

 

양주(兩主) 몽사(夢事) 의논(議論)하니, 내외(內外) 꿈이 꼭 같은지라.

그 달부터 태기(胎氣)가 있난디, 

 

 

[중중머리]

 

석부정(席不正) 부좌(不坐), 할부정(割不正) 불식(不食),

이불청음성(耳不聽淫聲) 목불시사색(目不視邪色)좌불안석 십삭이 찬 연후에

하루난 해복기미(解腹氣味)가 있구나.

'아이고 배야,아이고 허리야.'

심봉사 좋아라고,

일변은 반갑고 일변은 겁(怯)을 내어, 밖으로 우르르 나가더니,

짚 한 줌 쑥쑥 추려, 정화수(淨華水) 새 소반(小盤)에 받쳐 놓고,

좌불안석(坐不安席), 급(急)한 마음, 순산(順産) 허기를 기다릴제,

향취(香臭)가 진동(震動)허고, 채운(彩雲)이 두루더니, 혼미중(昏迷中) 탄생(誕生)하니,

선인옥녀(仙人玉女) 딸이라. 

 

[아니리]

 

곽씨부인 정신 차려,  순산(順産)은 하였으나,

'남녀간(男女間)에 무엇이요'

심봉사가 눈 밝은 사람같고 보면, 아이를 낳을 때 분간을 하련만은

앞 못보는 맹성이라 거보아 알수가 있나.

아이를 만져 보려 헐제, 꼭 위장꾼 좀장 졸라 내려가 듯 허것다.

'자 어디 보자, 어디, 어이쿠.'

거침세없이 미끈덕 넘어가니,

'아마도 마누라 같은 사람 났는가 보오'

'만득(晩得)으로 낳은 자식(子息), 딸이라니 원통(寃痛)하오.'

'여보 마누라, 그런 말 마오.

아들도 잘 못 두면, 욕급선영(辱及先榮) 하는 것이고

딸도 잘만 두면  아들 주고 바꾸리까.

우리 이 딸 고이 길러, 예절(禮節) 범절 잘 지켜

침선(針線) 방적(紡績) 잘 시켜, 요조숙녀 군자호구(君子好逑 ) 좋은 배필.

부귀다남(富貴多男)하고 보면 외손 봉사는 못하리까.

그런 말 마오.'

심봉사 좋아라고 첫국밥 얼른 지어, 삼신상(三神床)에 받쳐놓고 비난디,

여늬 사람 같으면 오직 조용히 빌렸마는,

앞 못 보는 맹인이라, 팩성질이 있든가 보더라.

삼신제왕(三神帝王)님이 깜짝 놀래 삼천 구만리나 나 도망가게 빌어 보는디, 

 

[중중머리]

 

'삼십삼천(三十三天) 도솔천, 승불제석(僧佛諸釋) 삼신제왕(三神帝王)님네,

화우동심(和祐同心)하여 다 굽어 보옵소서,

사십후(四十後)에 낳은 자식,

한 달 두 달 이슬 맺어, 석달에 피 어리고,

넉달의 인형(人形)삼겨 다섯달 오포(五包) 나고,

여섯달 육점(六點) 생겨, 일곱달 칠규(七竅 ) 열려,

여덟달에  사만팔천 털이 나고,

아홉달에 구규(竅 ) 열려, 열달만으 찬김 받어,

금강문(金剛門) 하달문(下達門), 고이 열어 순산(順産)허니,

삼신(三神)님 넓으신 덕택, 백골난망(白骨難忘) 잊으리까.

다만 독녀(獨女) 딸이오나,

동방삭(東方朔)이 명(命)을 주고, 태임(太任)의 덕행(德行)이며,

대순증자(大舜曾子) 효행(孝行)이며, 기량(紀梁) 일처 (妻) 절행(節行)이며,

반희(班姬)의 재질(才質)이며, 촉부단의 복(福)을 주어,

외붓듯 달 붓듯, 잔병 없이 잘 가꾸어 일취월장(日就月將)허게 하옵소서.'

 

[아니리]

 

그 대의 곽씨 부인은 산후 손대없이 찬물에 빨래를 아였드니,

뜻밖에 산후 별증(産後別症)이 일어 나는디, 전신을 꼼짝달싹 못하고

'아이고 다리야,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머리야, 사대삭신 육천 마디

아니 앞은데가 전혀 업네'

곽씨 부인 생각허니, 아무리 허여도 살길이 없는지라.

 

[진양조]

 

가군(家君)의 손길 잡고, 유언(遺言)하고 죽더니라.

'아이고 여보 가장님,

내평생(平生) 먹은 마음,

앞 못 보는 가장님을, 해로백년(偕老百年) 봉양(奉養)타가,

불행망세(不幸忘世) 당하오면, 초종장사(初終葬事) 마친후에, 뒤를 쫓아 죽자터니,

천명(天命)이 이뿐인지, 인연(因緣)이 끊쳤는지, 하릴없이 죽게되니,

눈을 어이 감고 가며, 앞 어둔 우리 가장(家長), 헌옷 뉘라, 지어주며,

조석공대(朝夕恭待) 뉘랴하리.

사고무친(四顧無親) 혈혈단신(孑孑單身), 의탁(依託)할 곳 바이 없어,

집행막대  흩집고, 더듬 더듬 다니시다,

렁에도 떨어지고, 돌의 채어 넘어져서,

신세자탄 우는모양, 내 눈으로 본 듯 허고.

기한(飢寒)을 이기여, 가가문전(家家門前) 다니시며,

밥 좀 주오 슬픈 소리, 귀에 쟁쟁들리난 듯.

나 죽은 혼백(魂魄)인들 차마 어이 듣고 보리.

명산대찰(名山大刹) 신공(神功)드려, 사십후(四十後)에 낳은 자식,

젖 한번도 못 먹이고, 얼굴도 채 모르고, 죽단말이 웬말이요.

이일 저일을 생각하니,

멀고 먼 황천(黃泉)길을 눈물 겨워 어이 가며, 앞이 막혀 어이 가리.

여보시오 가장님.

뒷마을 귀덕어미, 정친(情親)하게 지냈으니,

저 자식을 안고 가서, 젖 좀 먹여 달라허면, 괄시 아니 하오리다.

이 자식이 죽지 않고, 제발로 걸커들랑,

앞을 세워 길을 물어 내 묘(墓) 앞에 찾아 와겨

아가, 이 무덤이 너의 모친의 분묘로다.

가르쳐모녀상면(母女相面)을 하여 허오.

할 말은 무궁허나, 숨이 가퍼 못 하겄소. 

 

[아니리]

앞 어둔 가장에게 어린 자식 제쳐두고ㅗ 유언하고 돌아눈다.

 

[중모리]

'아차,  아차, 내 잊었소.

저 아이 이름일랑, 청(淸)이라고 불러주오.

저 주려 지은 굴레, 오색비단(五色緋緞) 금자(金字)박어,

진옥(眞玉)판 홍사(紅絲)수실, 진주(眞珠)느림 부전 달아,

신행함(新行函)에 넣었으니, 그것도 씌어주고,

나라에서 하사(下賜)하신, 크나 큰 은(銀)  한 푼,

수복강녕(壽福康寧) 태평안락(泰平安樂), 양편에 새겼기로,

고운 홍전(紅氈) 괴불줌치, 끈을 달아 두었으니, 그것도 채워주고,

나 찌던 옥지환(玉指環)이, 손에 적어 못 끼기로,

농안에 두었으니, 그것도 끼워주오'.

한숨 쉬고 돌아누어, 어린아이를 끌어다 낯을 한데 문지르며,

'아이고, 내 새끼야, 천지도 무심(無心)허고, 귀신(鬼神)도 야속허지

 네가 진즉 삼기거나, 내가 조금 더살거나, 너 낳자 나 죽어니,

가이없는 궁천지통(窮天之痛)을 너로 하여금 품게되니,

죽는 어미 산 자식이, 생사간(生死間)의 무슨 죄냐,

내 젖 망종(亡終) 많이 먹어라.'

손길을 스르르 놓고, 한숨 기워 부는 바람, 삽삽비풍(颯颯悲風) 되어 불고,

눈물 맺어 오는 비는 소소세우(蕭蕭細雨) 되었어라.

폭각질 두 세번에, 숨이 더럭 지는구나. 

 

[아니리]

 

그때의 심봉사, 아무런줄 모르고,

'여보 마누라, 사람이 병(病)든다고, 다 죽을리가 있겠오.

나  의가(醫家)에 가서, 약(藥)지어 올테니, 부디 안심허오.'

심봉사 급한 마음에 의가에 가서 약을지어 돌아와

수일 승전반에 얼른 짜들고 방으로 들어가서

'여보 마누라, 일어나 약 자시오. 

이 약 자시면, 즉효(卽效)허리라 허옵디다.'

아무리 부른들, 죽은 사람이, 대답이 있으리오.

'어, 식음을 전폐터니 기허허여 이러는가?'

양팔에 힘을 주어, 일으키려 만져보니,

허리는 뻣뻣하고, 수족은 늘어져, 코궁기 찬김나니,

그제야, 죽은줄 알고,심봉사가 뛰고 미치는디,

서름이라는게  어지간해야, 눈물도 나고, 울음도 나는 것이지,

워낙 아람이 차노면, 뛰고 미치는 법이였다. 

 

[중중머리]

 

심봉사 기가막혀 섰다 절컥 주잖지며,

들었던 약그릇을, 방바닥에 내던지고,

'아이고, 마누라.

허허, 이것이 웬일이요. ?

약지러 갔다오니, 그새에 죽었네.

약능활인(藥能活人)이요, 병불능살인(病不能殺人)이라더니,

약이 도리어 원수로다.

죽을 줄 알았으면 약지러도 가지말고,

마누라 곁에 앉아, 서천서역(西天西域) 연화세계(蓮花世界),

환생차(環生次)로 진언(眞言) 외고,염불(念佛)이나 하여줄껄,

절통하고 분하여라.'

가삼 쾅쾅 뚜다려, 목재 비질을 덜컥, 내리둥글 치둥글며,

 

'아이고, 마누라, 저걸 두고 죽단 말이요?

동지(冬至)섣달 설한풍(雪寒風)에 무얼 입혀 길러내며, 뉘젖 먹여 길러낼꺼나.

꽃도 졌다 다시피고, 해도 졌다 돋것마는

마누라 한번 가면, 어느 년(年) 어느때, 어느 시절에 오랴나.

삼천벽도(三千碧桃)) 요지연(遙池宴)의 서왕모(西王母)를 따라가.

황릉묘(黃陵墓) 이비(二妃)함께 회포(懷抱) 말을 허러가.

천상(天上)에 죄(罪)를 짓고, 공(功)을 닦고 올라가.

나는 뉘를 따라 갈거나.'

 

밖으로 우루루, 나가더니, 마당에 엎드려지더니,

'아이고,동네 사람들!

차소(此所)에 계집 추는 놈은 미친 놈이라 하였으되,

현철(賢哲)하고 얌전한 우리 곽씨부인이 죽었소!'

방으로 더듬 더듬 더듬 더듬 들어가,

마누라 목을 덥석 안고, 낯을 대고 문지르며,

'아이고, 마누라,

재담(才談)으로 이러나. 농담(弄談)으로 이러나. 실담(失談)으로 이러는가.

이 지경이 웬일이여. 내 신세를 어쩌라고, 이 죽음이 웬 일이요!'

 

[아니리]

 

동리사람들이, 모여들어,

'여보시요, 봉사님.

사자(死者)는 불가부생(不可復生)이라.

죽은 사람 따라 가면  어린 자식 엇쪄시랴요'

곽씨부인 어진 마음 동리 남녀노소 모아 들어

초종지례(草終之禮)를 마치난디,

곽씨 시체 소방상(小方狀) 대뜰 위에, 덩그렇게 올혀 놓고,

명정공포(銘旌功布) 삽선등물(等物), 좌우로 갈라 세우고, 거리제를 지내는디,

 

[창조]

 

영이기가(靈旣駕) 왕즉유택(往卽幽宅),

재진견례(載陣遣禮) 영결종천(永訣終天) 관음 보살(觀音菩薩). 

춘초(春草)는 연년히 푸르건만 왕손도 귀불리라. 관음 보살

 

[중머리]

 

요령은 땡그랑, 땡그랑. 땡그랑.

'어허 넘차 너화넘

어너 어허 너엄 어이가리 넘차 너화넘

북망산천이 멀다더니 저 건너 안산(安山)이 북망이로구나.

허 넘차 너화넘

새벽 종달이 쉰질 떠  서천명월(西天明月)이 다 밝아온다.

어 넘차 너화넘,

인제가면 언제나 올라요

오시만 날을 일러주오

어화넘 어허넘어 어리가리

넘자 너화넘

물가 가재는 뒷걸음치고,

다람쥐 앉아서 밤을 줍는디,

원산(遠山) 호랑이 술주정을 허네 .

인경치고 라루 (罷淚)를 치니,

각댁(各宅)한 님이 개문(開門)을 헌다.

어, 넘차 너화넘

어너 어너 어허너

어허너 어너 어이가리 넘차 너화넘'

 

그때의 심봉사는, 어린 아이를 강보(襁褓)에 싸, 귀덕어미에게 맡겨두고,

곧 죽어도 굴관제복(屈冠制服)을 지어 입고, 상부 뒷채를 검쳐 잡고,

'아이고 마누라, 마누라!

날버리고 어디가오.

나 허고 가세. 나하고 가세.

산첩첩(山疊疊) 노망망(路茫茫)에,

다리가 아퍼서 어이가며,

일침침(日沈沈) 운명명(雲暝暝)에,

주점(酒店)이 없어서, 어이 가리.

부창부수(夫唱婦隨) 우리 정분(情分), 나와 함께 가사이다.'

상여(喪輿)는 그대로 나가며

어화넘자 어화너.

 

[중중머리]

 

어너 어너 어이가리 넘자 어화너.

'여보소 친구네들, 세상사가 허망허네.

자네가 죽어도 이 길이요, 내가 죽어도 이 팔자로다.

어넘자 어화너.

현철허신 곽씨부인 불쌍허게 떠나셨네'

'어넘자 너화너.

어너어너, 어이가리 넘자 너화넘.

 

[아니리]

 

산천에 올라가, 깊이 파고 안장(安葬)후에 평토제(平土祭)를 지낼적에,

심봉사가 이십후(二十後) 맹인이라 배운 것이 있어

그 전 글이 문장(文章)이었던가 보더라.

축문(祝文)을 지어 신세 자탄으로 독축을 허는디.

 

[창조]

' 차호부인(嗟乎夫人), 차호부인, 요차요조(邀此窈窕) 숙녀혜(淑女兮)여.

상불구혜고인(行不苟兮古人)이라.

기백년지(幾百年之) 해로(偕老)터니 홀연몰혜(忽然沒兮) 어언귀(焉歸)요,

유치자이영세허니(遺稚子而 永逝兮)

이걸 어이 길러 내며, 누삼삼이(淚森森而) 첨금혜(漆襟兮)요,

지는 눈물 피가 되고, 심경경(沈耿耿)이 소헌혜(消魂兮)여, 살길이 전혀 없네.  

 

[진양조]

 

'주과포혜(酒菓哺醯) 박전(薄奠)허나,

만사(萬事)를 모두 잊고, 많이 먹고 돌아가오. '

무덤을 검쳐 안고,

'아이고, 여보 마누라,

날 버리고 어디 가오.

마누라는 나를 잊고 북망산천(北邙山川) 들어가,

송죽(松竹)으로 울을 삼고, 두견이 벗이 되어

나를 잊고 누웠으나, 내 신세  어이허리.

노이무처(老而無妻) 환부(鰥夫)라니, 사궁중(四宮中)에 첫 머리요,

아들없고 눈 못보니, 몇 가지 궁(窮) 이 되단 말가.

무덤을 검쳐 안고, 내리 동굴 치둥굴며,

함께 죽기로만 작정을 헌다. 

 

[아니리]

 

동네 사람들이 만류하며,

'죽은 사람 따라가면, 어린 자식을, 어쩌시랴오.

어서 어서 가옵시다.'

심봉사 하릴없어, 동인들께 붙들이어

 

[중머리]

 

집이라고 들어오니, 부엌은 적막허고, 방안은 텅 비었난디.

심봉사 실성발광(失性發光) 미치는데,

얼싸덜싸 춤도 추고, 허허 웃어도 보며,

지팽막대 흩어 짚고, 이웃집 찾어가서,

'여보시오, 부인님네, 혹 우리 마누라 여기 안왔소?'

아무리 부르고 다녀도, 종적(踪迹)이 바이없네.

집으로 돌아 와서, 부엌을 굽어 보며,

'여보, 마누라. 마누라!'

방으로 들어 가서,쑥내향내 피워 놓고, 마누라를 부르면서

통곡으로 울음울제,

그때의 귀덕어미 아이를 안고 돌아와서

'여보시오, 봉사님, 이 아이를 보시더래도, 그만 진정 하시요.'

'허허,  귀덕어민가?.

 이리 주소 어디 보세.

종종 와서 젖 좀 주소. '

귀덕어미는 건너 가고, 아이 안고 자탄할제,

강보(襁褓)에 싸인 자식은, 배가 고파 울음을 우니,

심봉사 기가 막혀,

'아이고 내 새끼야,

너의 모친 먼디 갔다.

낙양동촌(洛陽東村) 이화정(梨花亭)에, 숙낭자(淑娘子)를 보러 갔다.

죽상제루(竹上悌淚) 오신 혼백(魂魄), 이비부인(二妃夫人) 보러 갔다.

가는 날은 안다만은, 오마는 날은, 모르겠다.

우지마라, 우지마라.

너도 너의 모친이, 죽은 줄을 알고 우느냐.

배가고파 울음을 우느냐. 강목수생(剛木水生)이로구나.

내가 젖을 두고, 안주느냐.

그저 응아 응아.'

심봉사 화가 나서, 안았던 아이를, 방바닥에다 밀어놓고

'죽거라, 썩 죽어라!

네 팔자 얼마나 좋으면, 아그 초칠 안에 어미를 잃어야?

너 죽으면 나도 죽고, 나 죽으면, 너도 못 살리라.'

아이를 도로  안고,

'아가 우지마라, 

어서어서 날이 새면, 젖을 얻어 먹여주마. 우지마라 내 새기야.'

 

[아니리]

 

그날 밤을 새노라니, 어린아이는 기진(氣盡)허고,

어둔 눈은 더욱 침침하여, 날새기를 기다릴제, 

 

[중중머리]

 

우물가 두레박 소리, 얼른 듣고 나갈 적에,

한품에 아이를 안고, 한손에 지팽이 흩어 짚고,

더듬 더듬 더듬 더듬 우물가 찾아가서,

'여보시오, 부인님네,

이 애 젖 좀 먹여 주오.

초칠(初七)안에 어미 잃고, 기허(飢虛)허여 죽게 되니,

이애 젖 좀 먹여주오,'

우물가에 오신 부인, 철석(鐵石)인들 아니 주며, 도척(盜蹠)인들 아니주랴

젖을 많이 먹여주며,

'여보시오, 봉사님, 예, 이집에도 아이가 있고, 저집에도 아이가 있으니

어려이 생각말고 자주 자주 다니시면, 내 자식 못 먹인들, 차마 그 애를 굶기리까.'

심봉사 좋아라고,

'허허 고맙소,수복강녕(壽福康寧) 하옵소서.'

이집 저집 다닐 적에, 삼베 길삼 허노라고,

흐히 히히 웃음소리, 얼른 듣고 들어 가,

'여보시오, 부인님네, 인사는 아니오나, 이애 젖 좀 먹여주오.'

오뉴월 뙤얕볕에 기음메는 부인들께, 더듬 더듬 찾아 가서,

'이애 젖 좀 먹여주오.'

백석청탄(白石淸灘) 시냇가에, 빨래하던 부인들께, 더듬 더듬 찾아가서,

'이 애 젖 좀 먹여주오.'

젖 없는 부인들은, 돈 돈씩 채워주고, 돈없는 부인들은, 쌀 되씩 떠서주며,

'맘쌀이나 하여주오.'

심봉사 좋아라고,

'어허 고맙소, 수복강녕(壽福康寧) 하옵소서.'

젖을 많이 먹여 안고, 집으로 돌아 올 제, 어덕 밑에 수풀에 앉어, 아이를 어룬다. 

'아이고, 내 딸 배 부르다. 배가 뻘뻥 하구나!

이 덕이 뉘 덕이냐 동네 부인 덕이라.

어려서 고생을 하면 부귀다남(富貴多男)을 한다더라.

너도 어서어서 자라나서,

너의 모친 닮아 현철하고 얌전하여 애비 귀염을 보이여라.

둥둥둥, 내 딸이야.

어허 둥둥 내 딸이야.

둥둥둥 어허둥둥 내 딸이야.

금을 준들 너를 사며, 옥을 준들 너를 사랴.

백미 닷섬에 뉘하나, 열 소경 한 막대로구나.

둥 둥 내 딸이야.

어덕 밑의 귀남(貴男)이 아니냐.

설설 귀여라.

어허, 둥둥 내딸이야.

둥둥둥, 오호 둥둥 내 딸이야.'

 

[자진모리]

 

둥둥, 내딸.

어허 둥둥 내딸.

이리보아도 내 딸, 저리 보아도 내딸.

엄마 아빠 도리도리,

주얌 주얌 잘강잘강 선마 둥둥 내 딸.

서울가 서울가 밤 하나 얻어다,

두룹박 속에 넣었더니,

머리감은 새앙쥐가 들랑달랑 다 까먹고

다만 한쪽이 남았기에

한쪽은 내가 먹고

한 쪽은 너를 주마,

우루루루루 둥둥둥,

오호 둥둥 내 딸이야'

 

[아니리]

 

아이 안고  집으로 돌아와, 보단(蒲團) 덮어 뉘어 놓고, 동냥차로 나갈적에.

 

[단중모리]

 

삼베 전대 외동지어, 왼 깨 들어 메고, 동냥차로 나간다.

여름이면 보리 동냥. 가을이면 나락 동냥.

어린아이 맘죽차로, 쌀얻고 감을 사, 허유 허유 돌아 올 제,

그때의 심청이난, 하늘의 도움이라, 일취월장(日就月將) 자라날 제

십여세(十餘歲)가 되어가니, 모친의 기제사(忌祭祀)를 아니 잊고 헐 줄 알고,

부친의 공양사(供養事)를 의법(依法)이 허여가니, 무정세월(無情歲月)이 아니냐.

 

[아니리]

 

하로난 심청이, 부친전(父親前), 단정(端正)히 꿇어 앉아,

'아버지'

'웨야'

'아버지 오날부터는 아무데도 가지 마옵시고 집에 가만히 계시오면,

제가 나가  밥을 빌어 조석공양(朝夕供養) 하오리다.'

'여보아라, 청아.

네말은 고마우나, 내 아무리 곤궁헌들, 무남독녀 너 하나를 밥을 빈단 말이 될 말이냐?

워라 워라, 그런 말 마라.'

 

[중모리]

 

'아버지 듣조시오.

자로(子路)난 현인(賢人)으로, 백리(百里)에 부미(負米)하고,

순유 딸 우의(淳于意) 딸 제영(提榮)이난,

낙양옥(洛陽獄)에 갇힌 아비, 몸을 팔아 속죄(贖罪)하고,

말 못하는 까마귀도, 공림(空林) 저문 날에 반포은(反哺恩)을 헐 줄 아니,

하물며 사람이야, 미물(微物)만 못 하리까.

다 큰 자식 집에 두고 아버지가 밥을 빌면,남이 욕(辱)도 할 것이요,

바람불고 날 추운디, 행여 병이 날까, 염려오니 그런 말씀을 마옵소서.'

 

[아니리]

 

'여봐라 청아.

너 그 이제 한 말은 어디서 들었느냐?

너의 어머니 뱃 속에서 배워 가지고 나왔느냐, 

너의 성의가 그럴진대, 한 두 집만 다녀오너라.'

 

[늦은 중머리]

 

심청이 거동 봐라. 밥 빌러 나갈 적에,

헌 베 중의(中衣) 다님 메고, 말만 남은 헌 초마에,

깃 없는 헌 저고리, 목만 남은 질보선에, 청목휘항(靑木輝項) 눌러 쓰고,

바가지 옆에 끼고, 바람맞은 병신처럼,옆걸음쳐 나갈 적에,

원산(遠山)의 해 비치고, 건너 마을 연기(煙氣) 일제,

주적 주적 건너가, 부엌 문을 다달으며,

애근히(哀矜) 비는 말이,

 

'우리 모친, 나를 낳고, 초칠(初七)안에 죽은 후에,

앞 못보는 우리 부친 저를 안고 다니시며,

동냥 젖 얻어 먹여, 요만큼이나 자랐으나,

앞 어둔 우리 부친, 구완할 길이 전혀 없어, 밥 빌러 왔아오니

한 술씩만 덜 잡숫고 십시일반(十匙一飯) 주옵시면,

처운 방 우리 부친 구완을 허것내다.'

듣고 보는 부인들이, 뉘 아니 슬퍼하리.

그릇 밥 김치 장을, 아끼지 않고 후이 주며, 혹은 먹고 가라 허니,

심청이 엿자오되,

 

' 추운 방 우리부친 날 오기만 기다리니, 저 혼자만 먹사리까,

부친전에가 먹셌네다.'

한 두 집이 족한지라, 밥 빌어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 올제, 심청이 하는 말이,

'아까 내가 나올 때는 원산(遠山)의 해가 조금 비쳤더니,

벌써 해가 둥실 떠, 그새에 반일(半日)이 되었구나.'

 

 [잦은 머리]

 

심청이 들어 온다. 문전에 들어서며,

 

'아버지, 춥긴들 아니 허며, 시장낀들 안허리까.

더운 국밥 잡수시요.

이것은 흰 밥이요, 저것은 팥밥이요, 미역 튀각 칼치 자반,

어머니 친구라고, 아버지 갖다 드리라 허기로, 가지고 왔아오니, 시장찮게 잡수시요.'

 

심봉사 기가 막혀, 딸의 손을 부여다, 입에 대고 훅,훅,훅 불며,

'아이고, 내 딸 춥다. 불 쬐어라.

모진 목숨이 죽지도 않고 이 지경이 웬 일이냐. 

너의 모친이 살았으며, 이런 일이 있겠느냐?'

 

[아니리]

 

부친을 위로허여 진지를 잡수시게 한 후,

세월(歲月)이 여류(如流)하여, 심청 나이 벌써, 십오세가 되었구나.

효행(孝行)이 출천(出天)하고, 얼굴이  일색(一色)이라.

이렇단 소문이  원근(遠近)에 낭자(狼藉)허니,

하로난 무릉촌(武陵村), 장 승상댁(張承相宅) 부인이 시비(侍婢)를 보내여,

심청을 청(請)하였구나.

심청이, 부친전 여짜오되,

'아버지'

'웨야?'

' 무릉촌(武陵村), 장  승상댁 부인이 시비(侍婢)를 보내어,

저를 청하였사오니, 어찌 하오리까?'

심봉사 좋아라고

'이애 청아,  그 댁 부인과, 너의 모친과는 별친(別親) 하게 지내였다.

네가  진즉 찾아 가서, 뵈올 것을, 이제 청하도록 있었구나.

어서 건너가되, 아미(蛾眉)를 단정히 숙이고, 묻는 말이나 대답하고, 수이 다녀 오너라.'

 

부친의 허락을 받고,

 

[진양조]

 

시비따라 건너 간다.

무릉촌을 당도허여, 승상댁을 찾어가니,

좌편(左便)은 청송(靑松)이요, 우편(右便)은 녹죽(綠竹)이라.

정하(庭下)에 섰난 반송(般松), 광풍(狂風)이 건듯 불면, 노룡(老龍)이 굼니난 듯.

뜰 지키는 백두루미, 사람 자취 일어 나서,

나래를 땅의다 지르르륵 끌며, 뚜루루룩 낄룩,

징검 징검 와룡성(戛然聲)이 거의 허구나.

 

[중중머리]

 

계상(階上)의 올라서니, 부인이 반기허여

심청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가, 좌(坐)를 주어 앉힌 후에,

'네가 과연 심청이냐?'

 듣던 말과 같은지라,

'무릉에 내가 있고, 도화동(桃花洞) 네가 나니,

무릉에 봄이 들어, 도화동 개화(開化)로다.

이 내 말을 들어봐라.

승상(丞相)일찍 기세(棄世)허고,

아들이 삼형제나, 황성(皇城)감이 완허하고 어린 자식 손자 없어,

 적적(寂寂)한 빈방안에 대하느니 촛불이요, 보는것 고서(古書)로다.

네 신세를 생각허면 양반의 후예로 저렇듯 곤궁(困窮)하니,

나의 수양 딸이 되여, 여공(女攻)도 숭상(崇尙)허고,

문필(文筆)도 학습허야, 말년(末年)재미를 볼까 하니, 너의 뜻이 어떠하뇨?'

 

[아니리]

 

심청이 여짜오되,

'모친 별세 한 후,  앞 못 보는 어버지는 저를 아들 겸 믿사옵고,

저는 부친을 모친 겸 믿사오니, 분명 대답 못하겠내다.'

'기특타 내 딸이야,

나는 너를 딸로 아니, 너는 나를 어미로 알아다오.'

심청이 여쩌오대,

'추운방 우리 부친, 저 오기만 기다리니, 어서건너 가겼네다.'

부인이 허락을 허고, 비단과 양식을 후히 주어 시비(侍婢)와 함께 보내겄다.

그때의 심봉사는 딸 오기마 기다릴제,

 

[진양조]

배는 고파 등에 붙고, 방은 추워 한기(寒氣) 들제,

먼데 절 쇠북소리, 날저문 줄 짐작하고, 딸 오기만 기다릴제,

 

'어찌하야 못 오느냐.

부인이 잡고 만류허느냐. 길에 오다 욕(辱)을 보나?

백설은 펼펄 흩날린디,  후후 불고 앉었느냐?'

 

새만 푸루루루 날아 들어도,

'내 딸 청이 네 오느냐?'

낙엽만 버썩 떨어져도,

'내 딸 청이 네 오느냐?'

아무리 불르고 기다려도 적막공산(寂寞空山)에 인적이 끊쳤으니,

'내가 분명 속았구나.'

이놈의 노릇을, 어찌를 할거나. 신세(身世) 자탄(自嘆)으로 울음을 운다. 

 

[잦진 머리]

 

'이래서는 못 쓰것다.'

닫은 방문 펄쩍 열고, 지팽이 흩어 짚고,

더듬 더듬 더듬 더듬, 더듬 더듬 나가면서 부르난디,

'청아 오느냐? 어찌허여 못오느냐?'

그때의 심봉사는 딸의 덕에 몇 해를 가만히 앉아 먹어노니,도랑 출입이 서툴구나.

지팽이 흩어짚고 이리 더듬 저리 더듬, 더듬 더듬 나가다가,

길 넘어 개천물에  한발 자칫 미끄러져,

꺼꾸로 물에 가 풍!

' 아이고, 사람살려!

어푸, 도화동 사람들, 심학규 죽네!'

나오랴면 미끄러져, 풍 빠져 들어가고,

나오려면 미끄러져, 풍 빠져 들어가고,

나오려면 미끄러져, 풍, 빠져 들어가고, 그저 점점 들어가니,

'아이고, 잘 죽는다.  정신도 말끔허고,

슴도 잘 쉬고 아픈데 없이 잘 죽는다.'

한참 이리 요란헐 제. 

 

[엇모리]

 

중 하나 올라 간다.

하나 올라간다.

다른 중은 내려 온다.

이 중은 올라간다.

저 중이 어디 중인고. 몽은사(夢恩寺) 화주승(化主僧)이라.

절에 중창 하랴고, 시줏집 내려왔다,

날이 우연히 저물어져 흔들 흔들 흔들거리고 올라 갈제,

저 중의 맵시 보소.

굴갓 쓰고 장삼(長衫) 입고, 백팔염주(百八念珠) 목에 걸고, 단주(短珠) 팔에 걸어,

용두(龍頭) 새긴 육환장(戮還杖), 쇠고리 많이 달아, 처절철 툭탁 짚고,

흔들 흔들, 흐늘거리고 올라 갈제.

중이라 허는 게 속가(俗家)에 가도 염불(念佛). 절에서도 염불,

염불을 많이 허면, 극락세계(極樂世界) 간다더라.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원산은 암암허고 설월이 돌아 오는디

백저포(白苧布)도 장삼은 바람결에 펄렁펄렁 염불을 허는디,

' 아 아 어허,  

상래소수공덕혜(上來所修功德兮)요,

회향삼처(廻向三處) 실원만(悉圓滿),

원왕생(願往生) 원왕생(願往生), 제불충천 제갈영,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염불(念佛)허고 올라갈제,

한 곳 당도허니, 어떤 울음 소리 귀에 얼른 들리거다.

저 중이 깜짝 놀래,

'이 울음이 웬 울음,

이 울음이 웬 울음?

마외역(馬嵬繹) 저문 날 하소대로 울고 가는 양태진(陽太眞)의.울음이냐.

이 울음이 웬 울음,

여호가 변환하여 날 홀리는 울엄인거나,

이 울음이 웬 울음?'

죽장(竹杖)을 들어메고, 이리 끼웃 저리 끼웃거리고 올라 갈제,

한 곳을 바라 보니,

어떠한 사람이 개천물에 풍덩 빠져,

거의 죽게 되었구나. 

 

[잦은 엇머리]

 

저 중이 급한 마음, 저 중이 급(急)한 마음,

굴갓 장삼 훨훨 벗어, 되는대로 내던지고,

보선, 행전, 대님 끄르고,

고두누비 바짓가래, 따달딸딸 걷어, 자감이 딱 붙쳐,

무논의 백로(白露) 격(格)으로,

징검 징검 징검거리고 들어가,

심봉사 꼬드래 상투를  에뚜루미 처 건져 놓고 보니, 전에 보던 심봉사라. 

 

[아니리]

 

심봉사 정신을 차려,

'죽은 사람을 살려주니, 은혜 백골난망(白骨難忘)이요.

거, 뉘가 날 살렸소?'

'소승은 몽은사(夢恩寺) 화주승(化主僧) 이온데,

시주(施主)집 내려 왔다가 돌아오는 길에, 다행히 봉사님을, 구하였소.'

'허허, 활인지불(活人之佛) 이라더니, 대사가 나를, 살렸소 그려.'

'여보 봉사님, 꼭 내 말을 들으면, 두 눈을 뜰것이요마는...'

심봉사가 ,눈 뜬다는 말을 듣더니,

' 아니 그  어쩐 말이요?'

'공양미 삼백석을 우리절에 시주하면 삼년내로 눈을 뜩 것이오 마는.'

심봉사가, 눈 뜬단 말에 후사(後事)를 생각지 않고 대번 일을 저지르난디,

'여, 대사, 자네 말이, 정녕 그러할진대,

공양미(供養米) 삼백석(三百石)을, 권선(勸善)문에 적소, 적어.'

 저 중이 어이없어,

'봉사님 세력을 헤아리면 삼백석은 말고 

삼백 주먹이 없는 이가 함부로 그런 말을 하오?'

심봉사 화를 내여 자네가 내의 수단을 어찌 아는가.

잔말 말고 썩 적어!'

 저 중이 권선에 적은 후에,

' 여보시오 봉사님.

부처님을 속이면, 앉은뱅이가 될 것이니, 부디 명심(銘心)하오.'

중은 올라가고, 심봉사는 집으로 돌아와  곰곰히 생각허니,

이런 실없는 일이 없든가 보드라.

 

[중머리]

 

'허허, 내가 미쳤구나. 정녕 내가 사(邪) 들렸네.

공양미(供養米) 삼백석(三百石)을  내가 어찌 구하리요.

살림을 팔자허니 단 돈 열냥을 누가 주며,

내 몸을 팔자허니, 앞 못 보는 병신 몸을, 단돈 서푼을 누가주랴.

부처님을 속이며는 앉은뱅이가 된다는데,

앞 못 보는 봉사놈이 앉은뱅이가 되거드면, 꼼짝없이 내가 죽었구나.

수중고혼(水中孤魂) 이 될지라도, 차라리 죽을 것을,

공연한 중을 만나 도리여 내가 후회로구나,

저기 가는 대사, 권선(勸善)에 쌀 삼백석 지우고 가소, 대사!'

 

 실성발광 기가 막혀, 홀로 앉아 탄식헌다. 

 

[자인모리]

 

심청이 들어온다. 문전에 들어서며,

'아버지!'

저의 부친 모양 보고, 깜짝 놀래 발 구르며,

'이것이 웬 일이요?

살없는 두 귀 밑에 눈물 흔적 웬 일이며,

솜 없는 헌 의복에 물 흔적이 웬일이요?

나를 찾아 나오시다, 개천에 넘어져서 이 지경을 당하였소.

승상댁(承相宅) 노부인이 굳이 잡고 만류허여, 어언간 더디었소.

말을 어오, 말을 허오.

말을 허여 답답허여 못 살것오.'

 

[아니리]

 

심봉사 할 일없어,

'여보아라, 청아. 

너를 기다리다 못하여, 더듬 더듬 나가다가,

이 앞 개천물에 거의 죽게 되었난디,

뜻 밖에 몽은사(夢恩寺), 화주승(化主僧)이 올라가다 나를 구해주고,

날더러 공양미 삼백석만 몽은사 불전에 시주(施主)하면,

삼년내로 눈을 뜬다 허더구나.

그리하여 눈 뜬단 말에 후사는 생각지 않고,

공양미 삼백석을, 권선에 적어 주었으니, 이를 어쩔거나.

아무리 생각허여도, 백해무책(百害無策) 이로구나.'

 

[중모리]

 

'아버지 듣조시요.

왕상(王祥)은 고빙허여 어름궁기 잉어 얻고,

명종(孟宗)은 읍족(泣竹)허여 눈 속에 죽순 얻어 양친성효(養親誠孝)를 하였으며,

곽거(郭巨)라는 옛 사람은 부모 반찬허여 놓으면,

제 자식이 먹는다고 산 자식을 묻으랴고 땅을 파다,

금을 얻어 부모봉양 허였으니,

사친지효도(事親至孝道)가 옛사람만 못하여도, 지성이면 감천이라,

그런 말씀을 마옵소서.'

 

[아니리]

 

부친을 위로하고 그날부터 목욕재계 정히 허고, 지극 정성을 드니난 뒤,

 

[진양조]

 

후원(後苑)에 단(壇)을 묻고,

북두칠성 자야반(子夜半)에 촛불을 도도 켜고,

정화수(井華水)를  받쳐 놓고, 두 손 합장 무릎을 꿇고,

 

'비나이다.비나이다. 하나님전 비나이다.

천지지신(天地之神) 일월성신(日月星辰), 화의동심(和議動心) 하옵소서.

무자생(戊子生) 소녀 아비, 삼십전(三十前) 안맹(眼盲)하여,

오십에 장근(將近)토록 시물(視物)을 못 하오니,

아비의 허물은 심청 몸으로 대신허고, 아비 눈을 밝게 허옵소서.

인간의 충효지심(忠孝之心), 천신(天神) 어이 모르리까.

칠일(七日) 안에 어미 잃고,

앞 어둔 부친에게 겨우 겨우 자라나서 십오세(十五歲)가 되었으나,

욕보지덕택(慾報之德澤)인데, 호천망극(昊天罔極)이라,

공양미 삼백석만 불전에 시주허면,부친 눈을 뜬다 허니,

명천(明天)이 감동허여 공양미 삼백석을 지급(支給)허여 주옵소서.'

 

[아니리]

 

이렇타시 빌어갈제,

 

[중중모리]

 

하루난 문전의 외는 소리,

'우리는 남경(南京)장사 선인(船人)으로,

인당수(印塘水) 인제수(人祭需)를 드리고저,

십오세나 십육세나 먹은 처녀(處女)를 사려허니,

몸 팔 일이 뉘 있읍나?

있으면 있다, 대답을 허오.아-'

 

[아니리]

 

심청이 이 말을 듣더니, 천재일시(千載一時)의 좋은 기회(機會)로구나. 

이웃사람 알지 않게, 몸을 은신(隱身)하고,

선인(船人) 한 사람을 청(請)하여 엿자오되,

 

'소녀난 당년 십오세인데,

부친(父親)을 위하여, 몸을 팔려 하오니,

나를 사가심이 어떠하오?'

 

선인(船人)들이 좋아라고,

'출천지대효(出天地大孝)로고.

값은 얼마나 주오리까?'

'더도 덜도 말고 공양미 삼백석만

내월(來月) 십오일 내로 몽은사(夢恩寺)로 올려 주오.'

'참으로 효녀로고, 그리하오.

그러나 우리도 내월 십오일이 행선날이오니 어찌 하오리까?'

'값을 받고 팔린 몸이 내뜻대로 하오리까?'

 

피차 약속을 정하고 방으로 들어 와 생각허니,

아무리 하여도 부친을 속일 수가 없는지라,

심청같은 효녀가 부친을 속일리가 있으리오마는,

속이는 것도 또한 효성이라, 부친을 속이는디,

 

'아버지, 오늘 공양미 삼백석을 몽은사로 올리게 되었으니, 아무 염려 마옵소서.'

심봉사 깜짝 놀라,

'아가, 거 웬 말이냐?'

'아버지, 전일에 승상댁 부인께서 저를 수양딸로 말씀한 걸 분명 대답 못 했지요.

'그래서'

'오날 제가 건너가 아버지 사정을 여쭈오니

저를 수양딸로 다려간다 하옵디다.'

'아가, 그 일 참 잘되었다.

그러면 언제 가기로 하였는냐?'

'내월십오일에 가기로 하였네다.'

'그러면 나는 어쩌고?'

' 아버지도, 모셔가기로 하였네다.'

'그렇지, 눈 먼 놈 나 혼자 둘것이냐, 잘되였다.

앗다, 야야  그 일 참 잘 되였다.'

부친의 맺힌 근심을 위로하고, 행선날을 기다릴제. 

 

[진양조]

 

눈 어둔 백발부친 생존시에 죽을 일과

사람이 나 십오세에 죽을 일을 생각허니,

정신이 막막허고, 흉중(胸中)이 답답허여,

하염없는 설름이 간장(肝腸)에서 솟아난다.

부친의 사시의복(四時衣服) 빨래하여 농안에 담어 두고,

갓 망건 다시 꾸며 쓰기 쉽게 걸어 놓고,

행선일을 생각허니, 하룻 밤이 격한지라,

모친분묘(母親墳墓) 찾아가서 주과포혜 차려놓고,

 

'아이고, 어머니,

불효여식(不孝女息) 심청이난 부친 눈을 띄우랴고,

삼백석 몸이 팔려 제수(祭需)로 가게되니,

불쌍한 아버지를 차마 어이 잊고 가며,

분묘에 돗난 풀을 뉘 손으로 벌초하며,

년년(年年)이 오는 기일(忌日), 뉘라서 받드리까?

내 손으로 부은 술을 망종흠양(亡終欽嚮)허옵소서.'

 

사배(四拜) 하직허고, 집으로 돌아와, 부친을 위로하고,

밤 적적(寂寂) 삼경이 되니, 부친이 잠든지라 후원으로 돌아가서

사당문을 가만히 열고 분향사배 우난 말이

'불효여식 청이는 선영향화(先塋香火)를 끊게 되니 불승영묘(不勝永慕) 허옵니다.'

방으로 들어오니, 부친이 잠들어 아무런 줄 모르거날

심청이 기가 막혀 크게 울든 못허고, 속으로 느끼난디,

 

'아이고 아버지,

아버지를 어찌허고 가리,

이내 한 몸 없어지면 동네 걸인이 또 될 것이니,

어찌잊고 돌아가리,

아이고, 아버지,

날 볼 밤이 몇 밤이며, 날 볼 날이 몇 날이요.'

 

얼굴도 대여 보고 수족도 만지면서,

'아버지, 오늘 밤 오경시를 함지(咸池)에 머무르고,

내일 아침 돋는 해를 부상(扶桑)에다 매량이면,

불쌍허신 아부지를 일시라도 더 뵈련마는

인력(人力)으로 어이 허리.'

천지가 사정이 없어, 벌써 닭이

'꼬끼요'

'닭아 우지마라. 반야진관(半夜秦關)의 맹상군(孟嘗君)이 아니어 듯

니가 울면 날이 새고, 날이 새면 나 죽는다.

나 죽기는 설지 않으나, 의지없는 우리 부친을 차마 어이 잊고 가리.' 

 

[중모리]

 

하략낙일수운리(河梁落日數雲起)는 소통국(蘇通國) 모자이별

용산의 형제이별 서출양관 무고인(西出陽關無故人)이라

상봉헐 날이 있건마는 우리 부친 이별이야 어느 때나 다시보리.

 

[아니리]

 

벌써 동방이 점점 밝아지니, 심청이 하릴없어

정신을 다시 차려,

'이래서는, 못쓰겠다. 부친 망종이나 지어리라'

부엌으로 나오, 벌써 문밖에 선인(船人)들이 늘어 섰거늘,

심청이 빨리 나가,

'여보시요, 선인네들, 부친 진지나 잡수시게허고 떠나는게 어떠하고.'

선인들이 허락허니 아침 밥을 얼른 지어, 소반 위에 받쳐들고 방으로 들어가

'아버지 일어나 진지 잡수세요.'

'얘,오늘 아침밥은 매우 일쿠나.

청아 그런데 간 밤에 내가 묘한 꿈을 꾸었느니라.

니가 수레를 타고 끝없는 바다로 한없이 가 보이드구나.

그래서 내가 뛰고 궁글고 야단법석을 쳤는디,

수레라 허는 것은 귀인이 타는 것이여.

내가 꿈 해몽을 허였지.

꿈에 눈물은 생시에 술이라.

오늘 장승상댁 부인이 너를 다려갈려고 가마를 보내실란가 보다.

오늘 장승상 댁에서 술에다 고기에다 떡에다 잘 먹을 꿈인가부다.'

 

심청(沈淸)이 저 죽을 꿈인 줄 짐작허고,

'아버지, 그 꿈이 장히 좋습니다.

진지 잡수세요.'

'아가, 오늘 아침 반찬이 매우 걸구나.

뉘댁에 제사 지냈더냐?'

진지상을 물리치고, 담배를 붙여 올린 후에

심청이 아무 말도 못하고 우두머니 앉었다가,

아무리 생각하여도 이제는 부친을 더 속일수가 없는지라

 

[자진모리]

 

심청이 거동봐라.

부친 앞에 우르르르

' 아이고, 아버지!'

한번 부르더니, 말 못허고 기절한다. 심봉사 깜짝 놀래,

'아이고, 이거 웬일이냐. 어허 이거 웬 일이여.

아니 얘가 어디 급체 하였는가, 

아가, 정신차려라, 

누가 봉사딸이라고 정개하드냐.'

'아이고 아버지, 불효여식은 아버리를 속였오.'

' 아, 이놈아, 속였으면 무슨 큰 일을 속였난디 이렇게 아비를 놀라게 한단 말이냐?'

말하여라, 답답허다. 말 하여라.'

'아이고 아버지 공양미 삼백석을 누가 저를 주오리까.

남경장사 선일들께 삼백석에 몸이 팔려 임당수의 제수로 오늘이 행선날이요.

어느 때나 뵈오리까.'

 

[아니리]

그 때의 심봉사는 눈 뜨기는 커녕, 눈 빠질 말을 들었으니, 이 일이 어찌 되겄느냐?

심봉사가 이 말을 듣더니 어쩔 줄을 모르고

'예이'

 

[중중머리]

 

'허허 이것 웬 말이냐.

못 허지야 못하여, 아이고 청아!

애비보다 묻도 않고, 너 이것이 웬 일,

못허지야 못하여,

눈을 팡아 너를 살되

너 팔아 눈을 뜬들 무엇보자 눈을 뜨랴.

철 모르는 이 자식아, 애비 설움을 너 들어라.

너 모친 너를 낳고 칠일 안에 죽은 후에

앞 못 본 늙은 애비가 품 안에 너를 안고 이 집 저집 다니며

동냥젖 얻어 먹여 이만큼이나 장성

묵은 근심 햇근심을 널로하여 잊었더니, 이것이 웬 일이냐.

나를 죽여 묻고 가면 갔지,

살려 두고는 못 가리라.'

그 때의 선인들이 문밖에 늘어서

'심낭자 물 때 늦어 가오.'

성화같이 재촉허니, 

심봉사 이 말 듣고 밖으로 우루루

 

'에이, 무지한 놈들아!

장사도 좋거니와 사람사서 제 지낸디 어디서 보았느냐?

옛글을 모르느냐?

칠년대한(七年大旱) 가물적에 탕임군 어진 마음 사람잡아 빌랴허니

내몸으로 대신 가리라.

몸으로 희생되여 전조단발(剪爪斷髮 ) 신영백모(身纓白茅 ) 상림 뜰에 빌었더니,

대우방 수천리에 풍년이 들었단다.

나도 오늘 내 몸으로 대신 가리라.

아이고, 동네 사람들,

저런 놈들을 거저 둬?

내 딸 심청 어린 것을 꼬욤꼬욤 꼬여다 인당수 제수허면 네 이놈들 잘 될소냐?'

 

목제비질을 떨컥 내리둥굴 치둥굴며

'아이고, 이게 웬일이냐?'

심청이 기가 막혀 부친을 부여 안고,

'아이고 아버지, 지중한 부녀천륜 끊고 싶어 끊사오며,

죽고 싶어 죽사리까?

아버지는 눈을 떠서 대명천지 다시보고

좋은디 장가들어 칠심생납 하옵소서.

아이고, 아버지

아이고, 아버지!'

 

[아니리]

 

선인(船人)들이 이 정상(情狀)을 보고,

전곡을 따로 내여 동인들께 부탁허되, 심봉사 평생 먹고 입을 것을 내여 주었구나.

그 때에 무릉촌 장승상댁 부인이 이 소식을 듣고 시비를 보내여 심청을 청하였거날

심청이 부친전 여짜오되

'아버지 장승상댁 부인이 청하였사오니 어찌하오리까?'

'웟다 그댁에난 열 번이라도 가고 백번이라도 가거라.'

선인들께도 말허고 무릉촌을 건너갈제,

 

[세마치]

 

시비따라 건너간다. 울며 불며 건너갈제,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어떤사람 팔자 좋아 양친이 구존허여 부귀영화로 잘사는듸,

내 신세는 어이허여 십오세의 이 세상을 떠나는고.'

그렁저렁 길을 걸어 무릉촌을 당도허니,

부인이 영접하여,

'예이, 천하 무정한 사람아!

나는 너를 딸로 여겼난디 너는 나를 속였느냐?

효성은 지극허나 앞 못 본 너의 부친을 뉘게 의탁 허랴느냐?

공양미 삼백석을 지금 내가 줄 터이니, 선인들과 해약하라.'

심청이 엿짜오되,

'장사하는 선인들께 수삭만의 해약허면 선인들도 낭패오니,

이제 후회 쓸데 있소.

값을 받고 팔린 몸이 이제 두말 허오리까?'

부인이 심청의 기색을 보고 다시 두 말 못허시고,

'니 진정 그럴진데, 너의 화상이나 그려 너를 본 듯이 보겠노라.'

화공을 즉시 불러 심낭자 생긴 형용 역역히 잘 그려라.

화공이 영을 듣고 오색단청 풀어 놓고,

화용월태 고운 얼굴 모란화 한송이가 세우중 젖인듯이,

난초같이 푸른머리 두 귀밑에 따인 것과 녹의홍상 입은 태도 낱낱히 역역히 그려내여

족자떠러 걸어 놓으니 심청이가 둘이로다.

부인이 보고 화제를 쓰시난디,

생기사귀 일몽간(生奇死歸一夢間)허여 연장하필 뉘삼삼(眷情何必淚涔)

세간으 최유 단장처에 초록 강남 인미환이라.

부인이 심청을 부여 안고

'인제 가면 언제나 올거나,  오는 날이나 일러다오.'

 

[아니리]

 

심청이 일어서며,

'물 때가 늦어 가니 어서 건나가것네다.'

하직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선인들은 선인들은 재촉하고 부친은 뛰고 우니,

심청이 하릴없이 동네 어른들께 부친을 의탁허고 길을 떠나는디..

 

[중모리]

 

따라간다. 따라간다. 선인들을 따라간다.

끌리는 초마자락을 거듬 거듬 걷어 안고,

피같이 흐르난 눈물 옷깃에 모두 다 사무친다.

업더지며 넘어지며 천방지축 따라 갈제,

건너 마을 바라보며,

 

'이진사댁 작은 아가, 작년오월 단오야의 앵도 따고 노든 일을 니가 행여 잊었느냐.

금년칠월 칠석야의 함께 결교 하잣드니 이제는 하릴 없다.

상침질 수놓기를 뉠과 함께 허랴느냐.

너희는 양친이 구존 허니 모시고 잘 있거라.

나는 오날 우리 부친 슬하를 떠나 죽으로 가는 길이로다.'

 

동네 남녀노소 없이 눈이 붓게 모다 울고,

하느님이 아옵신지 백일은 어디 가고 음운이 자욱 허니,

청산도 찡그난 듯 초목도 눈물짓 듯

휘늘어져 곱든 꽃이 이울이고저 빛을 잃고

춘조는 다정허여 백반제수 허는 중에

묻노라 저 꾀꼬리 뉘를 이별 허였간디 환우성(喚友聲) 지여 울고,

뜻밖의 두견이난 귀촉도 귀촉도 불여귀라 가지위에 앉어 울것마는

값을 받고 팔린 몸이 내가 어이 돌아오리.

한 곳을 당도허니, 광풍이 일어나며

해당화 한송이가 떨어져 심청 얼굴에 부딪치니 꽃을 들고 하는 말이

'약도춘풍 불해의면 하인취송 낙화래라(若道春風不解意,何因吹送落花來)

송무제 수양공주 매화장(梅花粧)은 있건마는 죽으러 가는 몸이 언제 다시 돌아 오리.

죽고싶어 죽으랴마는 수원수구(誰怨誰咎) 어이허리.'

걷는 줄을 모르고 울며 불며 길을 걸어 강변을 당도 허니,

선두에다 도판을 놓고 심청을 인도 허는구나.

 

 [아니리]

 

이때의 심청이는, 세상사를 하직허고, 공선(供船)에 몸을 싣고,

동서남북 지향없이, 만경창파(萬頃蒼波) 높이 떠서 영원히 돌아가는구나,

 

[진양조]

 

범피중류 둥덩실 떠나간다.

망망한 창해이며 탕탕(蕩蕩)한 물결이라.

백빈주(白頻洲) 갈매기는, 홍요안(紅寥岸)으로 날아들고,

삼강(三江)의 기러기는 한수(漢水)로만 돌아든다.

요량한 남은 소리 어적(魚笛)이 여기련만.

종인불견(曲終人不見)의 수봉(數峯)만 푸르렀다.

의내성중 마고수(疑乃聲中萬古愁)는 날로 두고 이름인가.

장사(長沙)를 지내 가니, 가태부(賈台傅)는 간 곳 없고,

멱라수(泊羅水)를 바라보니,

굴삼여(屈三閭) 어복충혼(魚腹忠魂), 무양(無恙)도 하시든가.

황학루(黃鶴樓)를 당도하니,

일모향관 하처시요(日暮鄕關何處是)요,

연파강상사인수(煙波江上使人愁)는 최호(崔灝) 유적(遺跡)이요,

봉황대(鳳凰臺)를 돌아드니,

삼산반락청천외(三山半落靑天外)요.

이수중분백로주(二水中分白鷺洲)는 이태백이 노던데요.

심양강(浸陽江)을 당도허니,

백락천(白樂天) 일거후(一去後)에 비파성(琵琶聲)도 끊어지고,

적벽강(赤壁江)을 돌아드니 소동파(蘇東坡) 노던 풍월(風月) 의구(依舊)하여 있다만은

조맹덕(曹孟德) 일세지웅이금(一世之雄而今)에 안재재(安在哉)요.

월락오제(月落烏帝) 깊은 밤에 고소성(姑蘇城)의 배를 매니,

한산사(寒山寺) 쇠북소리 객선(客船)에 댕댕, 들리거늘.

진회수(秦淮水)를 바라보니, 격강(隔江)의 상녀(商女)들은, 망국한(亡國恨)을 모르고서,

연농한수(煙籠寒水) 월농사(月籠沙)에 후정화(後庭花)만 푸르드라.

악양루(岳陽樓) 높은 집에 호상에 솟아난 듯 무산으로 돋는 달은 동정호로 비쳐오니,

상하천광(上下天光)이 거울 속에 푸르렀다.

삼협(三峽)의 잔나비는, 자식 찾는 슬픈 소리,

천객소인(遷客騷人) 몇 명이나 뿌렸든고.

팔경(八景)을 다 본후에 

 

[중모리]

 

한 곳을 당도허니,

향풍(香風)이 일어나며, 죽림(竹林) 사이로 옥패(玉佩)소리 들리더니,

어떠한 두 부인(婦人)이 선관(仙冠)을 높히 쓰고, 신음(呻吟)거려 나오면서,

 

'저기 가는 심소저야, 슬픈 말을 듣고 가라.

창오산붕상수절(蒼梧山崩湘水節허여,

죽상지루내가멸(竹上之淚乃可滅)이라.

천추(千秋)에 깊은 한을 하소할 곳 없었더니,

오늘 날 출천대효(出天大孝) 너를 보니, 오죽이나 흠전(얌전)허랴.

요순후(堯舜後) 기천년(幾千年)의 지금의 천자(天子) 어느 뉘며,

오현금(五絃琴) 남풍시(南風詩)를, 이제까지 전하더냐.

수로(水路) 먼 먼길을, 조심하여 잘 가거라.'

 

이는 뉜고허니, 요녀순처(堯女舜妻) 만고열녀(萬古烈女) 이비(二妃)로다.

오강을 바삐건너명라수를 당도허니 한 사람이 나오난디,

키는 키는 구척(九尺)이나 되고,

면여거륜(面如巨輪)허 미간광활(眉間廣闊)하고,

두 눈을 감고 가죽을 무릎쓰고, 우루루루 나오더니

 

'저기 가는 심소저(沈少姐)야. 슬픈 말을 듣고 가라.

슬프다. 

우리 오왕(吳王) 자란의 참소(讒訴)듣고, 속루검(屬鏤劍) 나를 주어 목 찔러 죽은 후에,

가죽으로 몸을 싸서  이 물에 던졌더니,

장부의 원통함이 눈없는 것이 한이로세'

 

이는 뉜고 허니 오나라 충신 오자서로다.

멱라수를 바삐 건너 또 한 곳을 당도허니 어떠한 두사람이 택반으로 나오드니

슬피탄식 우는 말이 진나라 속임 입어

삼년 무관에 고국을 바라보며 미귀혼(未歸魂믹이 되었더니

박락퇴성(博浪槌聲) 반기 듣고 속절 없는 동정따로 헛춤만 추었노라.

뒤에 오난 한 사람은 안색이 초췌하고 형용이  고고(枯㾸)허니 이난 초나란 굴원이라.

죽읁 지 수천년의 정백(精魄)이 남아 있어,

사람의 눈에 와 보이니 이도 또한 귀신이라,

나 죽을 징조로다.

 

[진양조]

배의 밤이 몇 밤이며, 물의 날이 몇 날이나 되든고.

무정한 사오삭(四五朔)을, 물과 같이 흘러 가니,

금풍삽이(金風颯而) 석기(夕起)하고,

옥우곽이왕쟁영(玉宇廓而王爭嶸)이라.

낙하(落霞)는 여고목제비(與孤鶩齊飛)허고

추수(秋水)는 공장천일색(共長天一色)이라.

강안(江岸)에 귤농(橘濃) 황금(黃金)이 천편(千片).

노화의 풍기(風起)허니, 백설(白雪)이 만점(萬霑)이라.

신포세류(新浦細柳) 지는 잎은 만강추풍(滿江秋風) 흐날리고.

옥로청풍(玉露淸風)은 불었난디,

외로울사 어선(漁船)들은 등불을 돋우키고 어가(漁歌)로 화답(和答)허고,

돋우난이 수심(愁心)이요,

해반청산(海畔靑山)은 봉봉(峰峰)이 칼날되여,

보이난 이 간장(肝腸)이라.

일락장사추색원(日落長沙秋色遠)하니,

부지하처조상군(不知何處弔相君)고.

송옥(宋玉)이 비추부(悲秋賦)가 이에서 슬프리요.

동녀(童女)를 실었으니 진시왕(秦始王)의 채약(採藥)밴가.

방사(方士)는 없었으나, 한무제(漢武帝)의 구선(求仙)밴가.

지레 내가 죽자허니 선인(船人)들이 수직(守直)하고,

살아 실려 가자하니 고국(故國)이 창망(蒼茫)이라.

죽도 살도 못 허는 신세야,

아이고 이 일 어이허리. 

 

[엇머리]

 

한 곳 당도허니, 이는 곧 인당수(印塘水)라.

대천(大川)바다 한 가운데 바람 불어 물결 쳐,

안개 뒤섞여 젖어진 날, 갈길은 천리만리나 남고.

사면(四面)이 검고 어둑 정그러져, 천지적막(天地寂莫)헌디,

간신히  떠들어와, 뱃전 머리 탕탕. 물결은 와르르르, 출렁 출렁.

도사공(都沙工) 영좌이하(領坐以下) 황황급급(遑遑急急)하여,

고사기제(告祀之祭)를 차릴 제,

섬쌀로 밥 짓고 온소잡고,

동우술, 오색탕수(五色湯需), 삼색실과(三色實果)를 방위(方位) 찾어 갈라 놓고

산돌 잡어 큰 칼 꽂아 기는 듯이 바쳐 놓고,

도사공(都沙工) 거동보아라.

의관(衣冠)을 정제(正祭)허고 북채를 양손에 쥐고, 

 

[자진모리]

 

북을 두리둥, 두리둥 두리둥 둥둥둥

두리둥 두리둥 둥둥둥

헌원씨(軒轅氏) 배를 모아, 이제(以濟) 불통(不通)한 연후에

후생(後生)이 본을 받어  다각기 위업(爲業)하니,막대한 공이 아니냐.

하우씨(夏禹氏) 구년지수(九年之水)  배를 타고 다스릴 제,

오복(五服)에 정한 공수(供需) 구주(九州)로 돌아들고.

오자서(吳子胥) 분노헐  노가로 건너 주고,

해성(垓城)에 패(敗)한 장수(將帥) 오강(烏江)으로 돌아들어, 의선대지(依船待之) 건너주고.

공명(孔明)의 탈조화(奪造化)는 동남풍(東南風) 빌어내어,

조조(曹操)의 백만대병(百萬大兵), 주유(周瑜)로 화공(火攻)허니,

배 안이면 어이하리.

그저 북을 두리둥 두리둥 둥둥둥

두리둥 두리둥 둥둥둥

주유로 경양허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歸去來) 해활(海闊)하니,

고범지난  장한(張翰) 강동거(江東去)요.

임술지추칠월(壬戌之(秋七月)의 소동파(蘇東坡) 놀아 있고.

지국 어사화허니  

고예승류(孤曳乘流) 무정거(無定去)난 어부(漁夫) 즐거움이요.

도난이(桂棹蘭栧)화정포는 오희월녀(吳姬越女) 채련주(採蓮舟)요.

타고 발선 하고 보니, 상고선(商賈船)이 아니냐.

우리 선인(船人) 스물네명, 상고(商賈)로 위업(爲業허여,

경세우경년(經歲又經年)으 표백 고사(漂泊西南)를 다니더니,

오늘날 인당수(印塘水)에 인제수(人祭需)를 드리고저,

동해신 아명(東海神阿明)이며, 서해신(西海神) 거승(巨勝)이며,

남해신(南海神) 축융(祝融)이며, 북해신(北海神) 우강(禹彊)이며,

강한지장(江漢之將)과 천택지군(川澤之君)이  하감(下鑑)허여 보옵소서.

그저 북을

두리둥 두리둥 둥둥둥

두리둥 두리둥 둥둥둥 

비렴(飛廉)으로 바람주고 화락으로 인도허여, 환난(患難)없이 도우시고,

백천만금(百千萬金) 퇴를 내어 돛대 위의 봉기(鳳旗) 꽂고,

봉기 우에 연화(蓮花) 받게  점지허여 주옵소서.

고사를 다 지낸 후에,

'심낭자 물에 들라.'

심청이 죽으란 말을 듣더니마는

'여보시오 선인(船人)님네. 도화동(桃花洞)쪽이 어디쯤이나 있소.'

도사공이 나서더니 손을 들어서 가르치난디,

'도화동(桃花洞)이 저기 운애(雲靄)만 자욱한 디가 도화동일세.'

심청이 기가 막혀 사배(四拜)하고 엎드려 지더니

 

'아이고, 아버지,

불효여식은 요만끔도 생각 마옵시고,

사시는대로 사시다가

어서어서 눈을 떠서 대명천지 다시 보고

좋은데 장가들어 칠십생남(七十生男) 허옵소서.

여보시오 선인(船人)님네, 억십만금(億十萬金) 퇴를 내어,

본국(本國)으로 돌아 가시거든,

불쌍헌 우리 부친 위로허여 주옵소서.'

'글랑은 염려말고, 어서 급히 물에 들라.'

성화같이 재촉허니, 심청이 거동 봐라.

샛별같은 눈을 감고 초마폭을 무릅쓰고,

뱃전으로 우루루루, 만경창파(萬頃蒼波) 갈매기 격(格)으로 떴다 물에 풍!

 

[진양조]

 

해당은 광풍으로 날리고 명월은 명월(明月)은 해문(海門)에 잠겼도다.

영좌(領坐)도 울고, 사공(沙工)도 울고, 역군화장(役軍火匠)이 모두 운다.

장사도 좋거니와, 우리가 년년(年年)이, 사람을 사다가 이 물에다 넣고 가니,

우리 후사(後事)가 어이 좋을 리가 있겠느냐.

닻 감어라. 어기야 어기야. 어기야. 어기야 어기야,

우후청강(雨後淸江) 좋은 흥(興)을 묻노라.

저 백구(白鷗)야, 홍요월색(紅寥月色)이 어느 곳고

일강세우(一江細雨) 노평생(鷺平生)의 너는 어이 한가 허느냐.

범피창파(泛彼蒼波) 높이 떠서, 도용 도용 떠나 간다. 

 

[아니리]

 

그 때에 이러한 출천지(出天地) 대효녀(大孝女)를 하늘이 그저 둘 리 있겠느냐.

옥황상제(玉皇上帝)께서 사해용왕(四海龍王)을 불러 하교(下敎)하시되,

'오늘 묘시(卯時)에 유리국 심소저가 인당수에 들터이니

착실히 모셔 오너라,'

용왕이 수명하고 내려와 용궁 시녀들을 불러

'너 이제 백옥교(白玉轎)를 가지고 인당수 빨리 나가

묘시를 기다리면 인간의 심소저가 들 터이니 착실히 모셔 오너라.'

각 궁 선녀들이 수명허고 임당수를 당도허니, 때 마침 묘시 초라,

그 때의 심소저는 물에 들 듯 말 듯

천지명랑하고 일월이 조림커날,

뜻 밖에 팔선녀들이 백옥교를 앞에 놓고

예 하며 엿자오데

'저희들은 용궁 시녀로서 부왕의 분부듣고

소저를 뫼시고자  왔사오니 옥교를 타옵소서'

심청이 엿자오되

'인간의 미천한 사람으로 어찌 옥교(玉轎)를 타오릿까?

'만일 아니 타면 상제께서 수궁 대죄를 내릴테니 사양치 마옵소서.'

심소저 마지 못하야 옥교에 앉으니 수궁풍류가 낭자 헐제

. 

[엇머리]

 

위의(威儀)도 장할시구  천상선관(天上仙官) 선녀들이 심소저를 보려허고,

태을진(太乙眞) 학을 타고. 안기생(安期生) 연타고, 모래탄 이적선(원문: 적송자 구름타고)

청의동자(靑衣童子) 황의동자(黃衣童子), 쌍쌍이 모였네.

월궁항아(月宮姮娥) 마고선녀(麻姑仙女), 남악부인(南岳夫人) 팔선녀(八仙女)들이

좌우로 별였는듸,풍악(風樂)을 갖추울 제

왕자진(王子晋)의 봉(鳳)피리,

니나니나 니나누

곽처사 (郭處士)의 죽장고(竹杖鼓),

찌지렁 쿵 쩡 쿵

장자방(張子房)의 옥통소(玉筒蕭),

띳띠루  띠루.

석연자(石連子) 거문고,

둥덩덩.

해상(嵆康)의 해금이며, 수궁이 진동헌다.

노경골(老鯨骨)이 우양(爲梁)허니,

연광(燐光)이 조일이요, 집어린이(集魚麟而) 작와(作瓦) 하니, 서기(瑞氣) 반공(蟠空)이라.

수궁대궐은 응천상지(應天上之) 삼광(三光)이요,

곤의수상(袞依繡裳)은 비수궁지(備水宮之) 오복(五福)이라.

산호주렴(珊瑚珠簾)의 백옥안상(白玉案床), 광채도 찬란허다.

주잔(酒盞)

잔안(酒案)을 돌릴 적에 세상 음식이 아니라

유리잔(琉離盞) 호박병(琥珀甁)의 천일주(千日酒) 가득 담고,

한가운데 삼천벽도(三千碧桃)를 덩그렇게 괘였으니, 세상의 못 본 바라.

삼일(三日)의 소연(小宴)하고, 오일(五日)에 대연(大宴)하며,

극진히 봉공(奉公)헌다.

 

[아니리]

 

하루는 천상에서 옥진부인(玉眞夫人) 내려 오난디,

이는 뉜고 하니 심봉사 아내 곽씨부인이 죽어 천상의 광한전 옥진 부인이 되였난디,

심청이가 수궁에 왔단 말을 듣고 모녀 상봉차로 하강 하시겄다.

 

[진양조]

 

오색채단(五色彩緞)을 기린(玉麒麟)으 가득 싣고,

벽도화(碧桃花) 단계화(丹桂花)를 사면에 내려 꼽고,

청학(靑鶴) 백학(白鶴)의 전배(前倍) 서고 수궁에 내려 오니

용왕도 황급하여 문전에 배회할제,

옥진 부인(夫人)이 들어와, 심청 손을 부여 잡고,

 

'네가 나를 모르리라.

나는 세상에서, 너를 낳은 곽씨(郭氏)로다.

너의 부친(父親) 많이 늙었으리라.

나는 죽어 귀인이 되여 광한전(廣寒殿) 옥진부인(玉眞夫人)되었으나

너의 부친 눈을 띄우랴고 삼백석에 몸이 팔려

이곳으로 들어왔다 허기로 너를 보러 내 왔노라.

세상에서 못 먹든 젖 이제 많이 먹어 보아라.'

심청 얼굴 끌어다 가슴에다 문지르며

'아이고 내 자식아, 꿈이면 깰까 염려로다.'

심청이 그제야 모친인 줄 짐작허고 부인 목을 부여 안고

'아이고 어머니, 어머니 이것이 꿈이요 생시요.

불효여식 청이는 앞 어둔 백발 부친 홀로 두고 나왔는디

외로우신 아버지는 뉘를 의지 허오리까?'

부인이 만류허며

'내 딸 청아, 우지마라.

너는 일 후에 너의 부친 다시 만나 즐길 날이 있으리라.'

 

광한전(廣寒殿) 맡은 일이 직분(職分)이 허다하여, 오래 지체 어려워라.

요령소리가 쟁쟁나더니, 오색채운(五色彩雲)으로 올라 가니,

심청이 할 일없어 따라 갈수도 없고 가는 모친을 우두머니 바라보며

모녀 작별이 또 되는 구나.

. 

[아니리]

 하루는 옥황상제께서 사해용왕(四海龍王)을 불러 하교(下敎)하시되,

심소저 방년(芳年)이 늦어가니 인당수로 환송하여

인간의 좋은 배필을 정해 주라.

용왕이 수명(受命)하고 심청을 환송헐제,

꽃 한 봉을 조화(調和)있게 만들어 그 가운데 뫼시고

양대 선녀로 시위(侍衛)하고,

조석지공(朝夕之貢)과 찬수범절(饌需凡節), 금주보패(金珠寶佩)를 많이 넣고

용왕과 각궁 선녀 모두를  나와 작별허고 돌아서니 이는 곧 인당수라.

용왕의 조화인지라  바람이 분들 흔들리며  비가 온들 젖을소냐.

주야로 덩실 떠 있을 때, 

그 때의 남경갔던 선인들이 억십만금(億十萬金) 퇴를 내어 본국(本國)으로 돌아 올 제,

인당수를 당도하니 심소저의 효행이 홀연히 감동(感動)되는지라.

제물을 정히 차려놓고, 심소저의 넋을 위로(慰勞)하는디,

 

[중머리]

>

북을 두리둥 둥 울리면서 슬픈 말로 제 지낸다.

' 넋이야 넋이로다.

이 넋이 뉘 넋이냐.

오장원(五杖原)의 낙상(落傷)허든 공명(孔明)의 넋도 아니요.

삼년 무간(三年無雨間)의 초패왕의 넋도 아니요.

부친 눈을 뜨이랴고 삼백석에 몸이 팔려,

인당수 제수되신 심낭자의 넋이로다.

넋이라도 오셨거든 많이 흠향(歆饗) 하옵소서.'

제물을 물에 풀고 눈물 씻고 바라보니 무엇이 떠 있는디,세상에 못 본바라.

도공이 하는 말이,

'저것이 무엇이냐. 저것이 금(金)이냐?'

'금이란 말씀 당치 않소,

옛날 진평(陳平)이가 범아부(范亞夫)를 잡으랴고

황금 사만금(四萬金)을 흩었으니, 금한쪽이 있으리까?

'그러면 저게 옥(玉)이냐?'

'옥이란 말이 당치 않소.

옥출곤강(玉出昆剛) 아니어든 옥 한 쪽이 있으리까?

'그러면 저게 해당화냐?'

'해당화란 말이 당치않소.

명사십리 아니어든, 해당화(海當花) 어이 되오리까?'

'그러면 저게 무엇이냐? 가까이 가서보자.'

저어라 저어라,

어기여 어기여 어기 여차.'

가까이 가서보니, 향기 진동허고, 오색채운(五色彩雲)이 어렸거날

 

[아니리]

 

배에 건져 싣고 보니, 크기가 수레 같고  향기가 진동커날

본국으로 돌아와, 허다히 남은 재물(財物), 각기 저쓸만큼 나눌제

도선주 무슨 마음인지 재물(財物)은 마다허고 꽃봉만 차지하였구나.

그 때는 어느 땐고 허니,

송천자(宋天子)께서 황후 홀연(皇后忽然) 붕(崩)하신 후,

납비(納妃)를 아니허시고, 세상에 기화요초(琪花搖草)를 구하여

황극전(皇極殿) 넓은 뜰에, 가득히 심어 두고  조석으로 화초를 구경허실 제,

  

[중중머리]

 

화초(花草)도 많고 많다.

팔월 부용(芙蓉)의 군자용(君子容),

만당추수(滿塘秋水) 홍련화(紅蓮花),

암향부동(暗香不動) 월황혼(月黃昏),

소식전(消息傳)튼 한매화(寒梅花),

진시유랑(盡是劉郞) 거후재(去後哉)는,

붉어있다고 복숭꽃.

구월구일(九月九日) 용산음(龍山飮) 소축신(笑逐臣) 국화꽃,

삼천제자(三千弟子)를 강론(講論)하니,

향단춘풍(杏壇春風)의 은행(銀杏)꽃.

이화만지(梨花萬地) 불개문(不開門)허니,

장신궁중(長信門前) 배꽃이요.

천태산(天台山) 들어가니, 양변개작약(兩邊開芍藥)이요.

원정부지(怨征夫之) 이별(離別)하니,

옥창오견(玉窓五見)의 앵도화(櫻桃花).

촉국한(蜀國恨)을 못이기어, 제혈(啼血)허든 두견화(杜鵑花).

이화도화 계관화(鷄冠花). 홍국백국(紅菊白菊) 사계화(四季花).

동원도리(東園桃李) 편시춘(片時春),

목동요지행화촌(牧童遙指 杏花村).

월중단계(月中丹桂) 무삼경(無三更).

달 가운데 계수(桂樹)나무.

백일홍(百日紅) 영산홍(映山紅). 왜철쭉(倭撤燭) 진달화

난초파초(蘭草芭蕉) 오미자(五味子) 치자(梔子). 감자(柑子) 유자(柚子) 석류(石榴) 능낭.

능금 포도 머루 어름 대추(大棗)

각색화초(各色花草) 갖은향과(香果) 좌우(左右)로 심었난디,

향풍(香風)이 건듯 불며  벌 나비 새 짐승들이 지지 울며 노닌다. 

 

[아니리]

 

이 때의 도선주는, 천자께서, 화초를 구하신단 소문을 듣고,

인당수에 떴든 꽃을 어전(御前)에 진상허니,

천자(天子)보시고, 세상(世上)에는 없는 꼿이라 

선인을 입시하여 치하 하시고  무릉 태수를 봉하였구나.

그 꽃을 후궁화계상(后宮花階上)에 심어 놓고 조석으로 화초를 구경 하실제,

 

 

[세마치]

 

천자 보시고 반기허여  

요지벽도화(搖池碧桃花)를 동방삭(東方朔)이 따온지가

삼천년이 못다되니 벽도화(碧桃花)도 아니요.

극락세계 연화(蓮花)꽃이 떨어져 해상의 떠왔던지,

그 꽃 이름은 강선화(降仙花)라 지으시고,

조석으로 화초 구경할 제

일야(一夜)는  심신(心身)이 황홀하야 화계상을 거니난디

뜻밖에 강선화(降仙花) 벌어지며 선녀들이 서 있거날 천자 괴이 여겨,

'너희가 귀신이냐 사람이냐?'

선녀, '예,' 하고 엿짜오되,

'남해용궁(南海龍宮) 시녀로서, 심소저를 모시고, 세상(世上)에 나왔다가,

불의에 천안을  범하였사오니, 황공무지(惶恐無地) 하오이다.'

 인홀불견(因忽不見) 간 곳 없고 한 선녀 서 있거날

 

[아니리]

 

황제 반신반의 하야 대강 연유를 탐문한 바, 세상의 심효저라.

궁녀로 시위(侍衛)하여, 별궁(別宮)으로 모셔놓고

이튼날 조회(朝會)끝에, 만조백관(滿朝百官)에게  간 밤 꽃 본 사연(事緣)을 말씀하니,

만조제신(滿朝諸宰臣)이 여짜오되,

'국모(國母)없음을 하나님이 아옵시고, 배필을 인도하심이니,

천여불취(天與不娶)면 반수기앙(反受其殃)이라.

인연으로 정하소서.'

그 말이 옳다 허고, 그 날로 택일허여 놓으니,

오월오일(五月五日) 갑자시(甲子時)라.

심황후 입궁 후에 년년(年年)이 풍년이요,

가호호(家家戶戶) 태평(太平)이라.

그 때여 심황후 부귀무쌍(富貴無雙)허나 다만 부친(父親) 생각(生覺) 뿐이로다.

하루는 옥 난간에 높이 앉어, 

 

[진양조]

 

추월(秋月)은 만정(滿庭)허여,

산호주렴(珊瑚珠簾) 비쳐 들제,

청천(靑天)의 외기러기는 월하(月下)에 높이 떠서,

뚜루루 길 울음을 울고 가니,

심황후 반기 듣고, 기러기 불러 말을 헌다.

'오느냐,  저 기럭아.

소중랑(蘇中郞) 북해상(北海上)에 편지 전튼 기러기냐.

도화동을 가거들랑 불쌍하신 우리 부친 전에 편지 일장 전하여라.'

편지를 쓰랴헐제.

한 자 쓰고 눈물 짓고, 두 자 쓰고 한숨을 쉬니,

글자가 모두 수묵(水墨)이 되니, 언어(言語)가 도착倒錯)이로구나.

편지 집어 손에 들고 문을 열고 나가보니 기러기는 간 곳 없고,

창망(蒼茫)한 구름 밖에  별과 달만 뚜렷이 밝았구나.

 

[아니리]

 

이 때에 황제 내궁(內宮)에 들어와 황후(皇后)를 살펴시니 수심이 띄었거늘,

황제 물으시되

'무슨 근심이 있나니까?'

심황후 엿짜오되,

'솔토짐인(率土朕人)의 막비왕토(莫非王土)라.

이 세상에 불쌍한 게 맹인이라. 천지일월(天地日月)을 못 보니

적포지한(積抱之恨)을 한 때라도 풀어 주심이,

신첩(臣妾)의 평생 원(願)이로소이다.'

황제(皇帝), 칭찬하시고, 맹인(盲人)잔치를 여시는디,

'각도(各道) 각읍(各邑)으로 행관(行關)하되,

대소인 민간의 맹인 잔치에 참여하게 하되,

만일 빠진 맹인(盲人)이 있으면, 그 고을 수령(守領)은, 봉직파직(奉職罷職) 하리라.'

하고 각 처로 전하였구나.

 

[진양조]

 

그때의 심봉사는 모진 목숨이 죽지도 않고,

근근도생(僅僅圖生) 지내갈 제,

무릉촌 승상부인이 심소저를 보내시고 강도에 망사대(望思臺) 지어 놓고

춘추로 제향헐 제, 도화동 사람들도 심소저의 효성이 감동 되여

망사대 곁에다타루비(墮淚碑)를 세웠노니

비문(碑文)에 허였으되

'지우노친(至爲其親(廢雙眼) 평생 이되어 살신성효(殺身成孝) 행선거(行船去)라.

연파만리(煙波萬里) 행심벽(常深碧)하니,

방초연연(芳草年年) 환불(還不歸)라.'

이렇다 비를 허여 세워 놓니,

오고 가는 행인들도 뉘 아니 슬펴하리.

심봉사도 딸 생각이 나거드면, 지팡막대 흩어짚고,

더듬 더듬 찾아가서, 비문을 안고 우드니라.

일일(一日)은 심시봉사, 마음이 산란하여, 딸의 비를 찾아가서,

'후유 후유  아이고 내 자식아. 내가  왔다.

너는, 애비 눈을 띄우랴고, 수궁고혼(水宮孤魂)이 되고

나는 모진 목숨이 죽지도 않고, 이지경이 웬일이란 말이냐.

날 다려 가거라,

나를 다려 가거라.

산신불악호(山神部洛鬼)야.

살기도 나는 귀찮허고, 눈 뜨기 내사 싫다.'

비문 앞에 가 엎더, 내려둥글 치둥굴며,

머리도 찧고, 가삼 꽝꽝. 두발을 굴러,

남지서지(南之西之)를 가르키는구나. 

 

[아니리]

 

낮이면 강도(江頭)에 가 울고, 밤이면 집에 와 울고, 눈물로 세월을 보낼 적에,

심봉사가 의식은 겨우 견디나 사고무친 수족없어 사람하나를 구하랴 헐제

마침 본촌에 뺑덕이라는 여자가 있어 심봉사가 전곡 있단 말을 듣고

동네 사람도 모르게 살짝 자원 출가하였난디

이 빽덕이네가 심봉사 재산을 꼭 먹성질로 망허것다.

 

[자진머리]

 

밥 잘 먹고, 술 잘 먹고, 떡 잘 먹고, 고기 잘 먹고,

양식주고 술 사먹고, 벼 퍼주고, 고기 사먹고,

동인 잡고 욕 잘허고, 행인 잡고 패악허고

이웃집에 밥 붙이기 잠자면 이 갈기와 배 끌고 발목 떨고,

한 밤중 울음 울고, 오고가는 행인들께 담배달라 실랑허고

정좌 밑에 낮잠 자고, 남의 혼린 허랴허고,

단단히 믿었는디 해담(害談)을  잘 허기와

신부 신랑 잠자는디 가만 가만 가만 가만 뒤로 살짝돌아가

봉창에 입을 대고

'불이여'

힐끗허면 핼끗허고, 핼끗허면 힐끗하고

삣죽허면 뺏쪽허고, 뱃쪽하면 삣죽허고

이 년의 행실이 이러 허여도 심봉사는 아무런 줄 모르고

아조 뺑파에게 콱 미쳤것다.

 

[아니리]

 

하로난 관가에서 심봉사를 불러 심봉사가 들어가니,사또 허신 말씀,

'지금 황성서 맹인 잔치를 하는디

잔치 참여 아니하면 그 고을 수령을 봉고 파직하다고

관자가 내렸으니 즉시 올라 가라.'

노수까지 후이 주겄다.

심봉사 대답허고 집으로 돌아와

'여보, 뺑덕이네,

오늘 관가에 가니 황성 맹인 잔치를 가라허니

나 혼자 어찌 갈게'

'아이고 여보, 영감.

황성천리 먼 먼길을 영감 혼자 어찌 가신단 말이요.

여필종부라니 천리라도 가고 만리라도 같이 가지요.'

'열, 열, 열녀로다.

그렇지, 아 다 보아도 우리 뺑파 같은 사람으 못 보았고,

그러면 돈 량이나 있는 것 뉘게다 맡기고 갈꼬?'

'아이고 저러기에 외정(外丁)은 살림 속을 몰라.

낳도 못 허는 아이 선다고 살구값, 팥죽 값, 떡 값, 그리저리 제하면

무슨 돈 있겄소?'

'그래 잘 먹었다.

계집 먹은 것 쥐 먹은 것 이라니 그만두고 황성길이나 떠나세.'

뺑덕이네 앞 세우고 길을 떠나는디,

 

[중모리]

 

'도화동아 잘 있거라.

이제 내가 떠나가면 어느년 어느때 오랴느냐.

어이가리 너, 어이 가리,

황성천리(皇城千里)를 어이 가리.

오날은 가다가 어디가 자며, 내일은 가다가 어데 가 잘고

유황숙의 단게 뛰던 적토마나 있거드면 이날 이시로 가련마는,

앞 못 보는  병신 몸이 몇 날을 황성가리.

어이 가리 너 어이 가리 너 어이 가리.

자룡타고 월강허든 청총만학 있거드면 이 날 이시로 가련마는

몇 날을 걸어 황성가리

'여보소, 뺑덕이네.'

'예'

'길소리나 좀 멕여 주소. 다리 아퍼 못 가것네.'

 삥덕이네가 길소리를 매기난디,

어디서 들었다든지 전라도 김매기 반, 경상도 메나리조로 한번 메겨 보난디,

'어이가리 너, 어이가리 황성천리를 어이 가리

날개 돋힌 학이나 되면 펄 펄 수루루 날아 이 날 이 시로 가련마는

몇날을 걸어 황성가리.

어리가리너 어이를 가리.'

 

[아니리]

한 곳을 당도허니 봉사 수 십명이 모였거늘,

'자, 우리가 이렇게 만났으니 벽돌림 시조나 불러 봅시다.'

심봉사가 시조를 시주로 잘못 알아 듣고,

'아이고  내 앞에서 시주 말 내도 마시요.

내 딸 심청이가 시주 속으로 죽었소.'

여러 봉사 대소허고 길을 떠나 갈 제,

 

[중모리]

 

이렇다시 길을 가다 주막에 들어서 잠을 잘 제,

근처사는 황봉사라는 봉사가 주인과 약속을 하고

뺑덕이를 꼬여 밤 중에 도망을 하였난디,

심봉사는 아무 물색을 모르고 첫 새벽에 일어나서 뺑덕이네를 찾는 나.

 

[아니리]

 

심봉사가 깜짝 놀라 방네 구석을 더듬어 보니,뺑덕이네가 가고 없네.

'여보 주인, 혹 우리 마누라 안에 들어갔소?'

'밤중쯤 되어서 새파란 봉사 한 사람하고 새벽질 떠난다고 벌써 갔소.'

심종사가 그제야 뺑덕이네가 도망친 줄 짐작허고,

 

[진양조]

 

'허허, 뺑덕애네가 갔네 그려.

덕이네, 덕이네, 뺑덕이네, 뺑덕이네가 도망을 갔네.

당초에 니가 버릴테면 있던 곳에서 마다허지,

수백리 타향에다가 나를 두고 니가 무엇이 잘 되겠느냐.

귀신이라도 못 되리라 요년아. 너 그런줄 내몰랐다.

아서라, 내가 니까진 것 생각하는 놈이 실어비(시러베)아들 놈이제.

현철허신 곽씨도 죽고 살고  출천대효 내딸 청이도 생 이별을 하였는디,

너까짖 년 생각하는 내가 미친 놈이로구나.

 

[중모리]

 

날이 차차 밝아지니 황성길을 올라간다.

주막 밖을 나서더니 그래도 생각나서,

'뺑덕이네, 덕이네. 날버리고 어디 가오.

눈뜬 가장  배반키도 사람치고는 못 할 터인데,

눈 어둔 날 버리고 무엇이 잘 되겠느냐

새서방  따라서 잘 가거라.'

새만 푸르르르 날아가도 뺑덕이넨가 의심허고,

바람만 우루루루 불어도 뺑덕이넨가 의심을 허네.

그렁저렁 올라 갈 제,

이때는 어느 땐고. 오뉴월 삼복성염(三伏盛炎)이라.

태양(太陽)은 불볕 같고 더운 땀을 휘 뿌릴제, 한 곳을 점점 내려가니,

 

[중중보리]

 

시내 유수는 청산으로 돌고 이 골 물이 쭈르르르 저 골 물이 꽐꽐,

열에 열두골 물이 한테로 합수(合水)쳐 천방(千方)자 지방(地方)자 월턱져 구부저 

방울이 버금져 건너 병풍석(屛風石)에다 마주 쾅쾅 마주세려 산이 울렁거려 떠나간다.

이런 경치가 또 있느나.

심봉사 좋아라고 물소리 듣고 반긴다.

더듬 더듬 더듬 더듬 더듬 더듬

내려가서 의마복을 훨훨 벗어 놓고 물에 가 풍덩 들어 앉으며,

'에이 시원하고 장히 좋다.'

물 한 주먹을 덥석 쥐어 양치질도 퀄퀄하고,

또 한주먹 덥석집어 겨드랑도 문지르며

'에이 시원하고 장히 좋다.

삼각산(三角山) 올라선들 이어서 시원하며,

동해유수(東海流水)를 다 마신들 이어서 시원할거나.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시구나 절시구

 

[아니리]

 

목욕허고 나와 보니 의관행장(衣冠行裝)이 없거날 

심봉사 기가 막혀

'아이 좀 도둑놈들아 내 옷 가져 오너라.

내 옷 갖다 입은 놈들은 열두 때 떼봉사 날 것이다.

 

[중모리]

 

'허허 이제는 영 죽었네.허허 이게 웬일이여,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백수풍신(白首風身) 늙은 몸이 의복이 없었으니, 황성길을  어이 가리.'

위 아래를 훨씬 벗고 더듬 더듬 올라 갈 제

체면있는 양반이라, 두 손으로 앞 가리고,

'내 앞에 부인네 오거든 돌아서서 가시요, 나 벗었소.'

 

[아니리]

 

한 곳을 당도허니 예이찌루, 에이찌루 , 어라 심봉사 반기여서

'옳타  어디서 관장이 오나부다,

(官)은 민지부모(民之父母)라 하였으니, 억지나 좀 써보리라.'

두 손으로 앞을 가리고 기엄 기엄 들어가며

'아뢰어라 아뢰어라, 급창(及唱) 아뢰어라.

황성가는 봉사로써 배알차 아뢰어라.'

행차가 머물드니,

'어디사는 소경이며, 어찌하여 옷을 벗었으며,

무슨 말을 하려는고?'

'예, 소맹은 황주 도화동 사옵는디

황성잔치 가는 길에 날이 하 더웁기로 이곳에서 목욕을 허다

의관의복을 잃었으니 찾아주고 가옵거나  별반처분(別般處分)을 하옵소서.'

 

[중모리]

 

'적선지가(積善之家)에, 필유여경(必有餘慶)이라 하였으니 태수장 덕택의 살려주오. '

 

[아니리]

이 행차는 무릉 태수라, 수배 불러 의복 한 벌 내어주라

급창 불러 갓 망근 내어주라.

노비까지 후이 주며 잘가라 하니,

' 황송한 말씀이오나, 그 무지한 놈들이 담뱃대까지 가져 갔사오니,어찌 하오리까.'

태수 허허 웃고, 담뱃대까지 내어 주었것다.

심봉사가 좋아라고

'은혜, 백골난망이요.'

 백배 사례 하직허고  황성길을 올라 갈 제,

낙수계(洛水溪)를 지내여 낙수정을 건너, 한 곳을 다다르니,

방아집이 있거늘  여인들이 모여 방아를 찧는디, 심봉사를 보고 조롱 허겄다.

' 근래 봉사들, 한 시기 좋더구

저 봉사도 황성잔치에 가는 봉사인가부지.

거기 앉저 있지 말고 이리와서 방아나 좀 찧어주고 가시요.'

심봉사가 그 말 듣고

'점심만 줄테면 방아 찧어 주지요.'

'아, 드리고 말고요.

술도 주고 밥도 주고 고기도 줄 터이이니 방아나 좀 찧어 주시요.'

'허, 실없이 여러가지 것 많이 준다.'

심봉사가 점심을 얻어 먹을 양으로 방아를 한번 찧어 보는디,

 

[중중모리]

 

'어유화 방아요. 어유화 방아요.

떨크렁 떵 잘 찧는다. 어유화 방아요.

태고(太古)라 천황씨(天皇氏)는 이목떡(以木德)으로 왕하였으니, 남기 아니 중헐소냐.

어유화 방아요. 유소씨(有巢氏) 구목위소(構木爲巢), 이 남기로 만들었나

어유화 방아요,

신농씨(神農氏) 만든 나무 이 남기로 집 지셨나.

어유화 방아요

이 방아가 뉘방아냐 강태공의 조작이로다.

어유화 방아요.

방아만든 태도를 보니 사람을 비양튼가 이상하고도 맹랑하다.

어유화 방아야.

옥빈홍안(玉賓紅顔) 태돌(態度)련가.

가는 허리에 잠(簪)이 질렀구나.

어유화 방아요

덜크덩떵  짤 찧는다.

어유화 방아요.

머리들어 오르는 양,  창해노룡(蒼海老龍)이 성을 낸 듯.

어유화 방아요.

머리 숙여 내리는 양, 주문왕(周文王)의 돈술(頓首)인가.

어유화 방아요.

오거대부(五車大父) 죽은 후에  방아 소리를 끝쳤더니,

우리 성상(聖上) 즉위(卽位)허사, 국태민안(國泰民安) 하옵시니

하물며 맹인잔치, 고금에 없는지라

우리도 태평성대(太平聖代), 방아소리나 하여보자.

어유화 방아요.'

 

[잦은머리]

 

어유화 방아요. 어유화 방아요. 어유화 방아요.

한다리 치어 들고, 한다리 내려 딛고, 오리락 내리락 허는 모양 사람보기 이상 허구나.

어유화 방아요.어유화 방아요.어유화 방아요

고소하구나 깨방아,

찐뜩 찐뜩 찰떡방아.

어유화 방아요.

재채기난다 고추방아.

어유화 방아요.어유화 방아요.어유화 방아요

보리쌀 뜬 물에 풋호박국 끄려라

우리 방애꾼 배 충분허자

어유화 방아요.

떨크덩 떵떵 자주 찧어라.

점심 때가 늦어간다.

어유화 방아요.

 

[아니리]

 

이렇다 방아를 찧고, 점심밥 얻어 먹은 후에

그렁저렁 길을 걸어  한 곳을 당도허니,

어떠한 여인이 문밖에 섰다.

심봉사를 청하거늘 심봉사 내념(內念)의 이곳은 나 알 이가 없겄마는 이상한 일이로다.

여인을 따라가니, 외당(外堂)에 앉히고 저녁밥을 드리거날,

석반(夕半) 먹고 있노라니, 여인이 다시 나와,

'심봉사님 내당(內堂)으로 좀 들어 가옵시다.'

심봉사 깜짝 놀래

'댁이 무슨 의단 (疑端)있소. 나는 독경 못하는 봉사요.'

'다른 걱정 마르시고, 내당으로 좀 들어 가옵시다.'

여인을 따라 내당으로 들어가니 어떠한 부인이 좌를 주어 앉히면서

그 분인이 하는 말이

'당신이 심봉사요?'

'어찌 아시니까?'

'아는 도리가 있나이다.'

 

[중모리]

 

이 부인이 말씀허되

' 저는 안가로써 황성에 사옵더니,

부모 일찍 기세(棄世)허고,

저도 또한 맹인이 되여 복술(卜術)을 배워

평생을 아자지(我自知)라. 이십오세(二十五歲)에 길연(吉緣)이 있는디,

지금 제가 이십오세일 뿐더러,

간 밤에 꿈을 꾸니 하늘에 일월(日月)이 떨어져 물에 잠겨 보이니,

심씨 맹인 만날 줄을 짐작허고 지내는 맹인을 차례로 물어 가옵더니,

천우 신조하여 이제야 만났으니 인연(因緣)인가 하옵니다.'

심종사 좋아라고 맘이야 좋것마는

천부당 만부당 허는 소리 하나도 내게는 불가능 하오.

어찌 되었든 간에 그날 밤 동방화촉(洞房華燭)에 호접몽(蝴蝶夢)을 이뤘것다.

 

[진양조]

그 때여 심황후는 부친 생각 간절하여 자탄으로 울음 울제,

'이 잔치를 배설키는 부친을 위함인디 어찌하여 못 오신고.

내가 영영 임당수에 죽은 줄 아르시고 애통해 허시다 세상을 버리셨나.

부처의 영험으로 완연히 눈을 떠 맹인 축에 빠지신가?

당년 칠십노환으로 병이 들어 못오신거나.

오시다가 노변에서 무슨 낭패 당허신가.

오늘 잔치 망종인디 어찌하여 못 오신거나'

신세 자탄으로 울음 운다.

 

[아니리]

 

이렇다시 자탄을 하시다 외부상서(禮部尙書)불러 분부하시되,

'오늘도 오는 소경이 있거든 성명을 낱낱이 받아 올리되

황주 도화동 사는 심학규라 하는 이 있거든 별전으로 모셔 드려라.'

그 때에 심봉사는 안씨 부인과 인연을 정한 후에 잠을 자고 일어 나드니

수심이 가득 하였거늘 안씨 부인 물어 허는 말이,

'무슨 근심이 있나이까?'

'간밤에 꿈을 꾸니 내가 불 속에 들어가 보이고

가죽을 메껴 보이고, 나무 잎이 떨어져 뿌리를 덮어 보이니 그 아니 흉몽이요?'

안씨 부인 듣고 꿈 해몽을 하는디,

 

[창조]

 

신재화(身入火) 하니 희락할 꿈이요,

개피작고(開皮作鼓)허니 큰 소리 날 꿈이요.

낙엽(落葉)이 귀근(歸根)하니, 자녀를 상봉)이라.

그 꿈 대단히 좋사오니, .

오날 궐문 안을 들어가면 징험이 있으오리다.'

'천부당 만부당한 소리 내게난 하나도 불관이요.'

아침밥을 먹고 궐내에 들어가는디,

 

[중중모리]

 

정원사령(政院使令)이 나온다. 정원사령(政院使令)이 나온다.

'각도각읍(各道各邑) 소경임네, 오늘 맹인 잔치 망종이니 바삐나와 참례(參禮)하옵소서.'

 골목 골목 다니시며  이렇타 외난 소리,

원근산천(遠近山川)이 떠드렇게 들린다. 

'한 맹인도 빠짐없이 다 참례 하옵소서.'

 

[아니리]

 

그 때여 수백명 봉사들이 궐문 안에 들어가 앉었을 때,

심봉사는 제일 말석 참예 하였것다.

봉사의 성명을 차례로 물어 갈제,

심봉사 앞에 당도하야,

'이 봉사 성명 무엇이요?'

'예 나는 심학규요'

'심맹인 여기 계시다.'

심봉사를 뫼시고 별궁으로 들어 가니 심봉사는 일향 죄가 있난지라,

'아이고, 어쩌려고 이러시요.

허허, 이놈 용케 죽을 데 잘 찾어 들어 왔다.'

내궁에 들으니 그 때 심황후는 언간 용궁에 삼년이 되었고

심봉사는 딸 생각에 어찌울고 세월을 보냈던지 더욱 백수 되었구나.

심황후 물으시되

'거주 성명이 무엇이며 처자가 있는가를 물어 보아라.'

심봉사,  처자 말을 듣더니, 먼 눈에서 눈물이 뚝뚝뚝 떨어지며, 

 

[중모리]

 

'예,예, 소맹이 아뢰리다. 예, 소맹(小盲) 아뢰리다.

소맹이 사옵기는 황주 도화동이 고토(故土)옵고,

성명은 심학규요. 을축년 삼월달에 산후달로  상처(喪妻)하고,

어미 잃은 딸 자식을 강보에다 싸서 앉고 다니면서

동냥 젖 얻어 먹여 겨우 겨우 길러내여, 십오세가 되였으되

이름은 심청이요, 효성이 출천(出天)하야 그 애가 밥을 빌어 근근도생 지낼 적에

우연히 중이 찾어 와서

공양미 삼백석을 몽운사로 시주하면 맹이 눈을 뜬다 하니

효성있는 딸자식이  남경장사 선인(船人)들께 삼백석에 몸이 팔려,

임당수 제수(祭需)로 죽은 지가  삼년(三年)이요.

눈도 뜨지 못 하옵고, 자식 팔아 먹은 놈이, 살려 두어 쓸데있소?

당장에 목숨을 끊어 주오.'

 

[아니리]

 

심황후가 부친을 모를리가 없지마는 소리를 허자니 자연즉  늦게 알었든가 부드라.

 

[자진모리]

 

심황후 거동봐라.

이 말 지듯 말듯 산호주렴(珊瑚珠簾)을 걷쳐버리고,

부친 앞으로 우루루루루

'아이고, 아버지!'

심봉사 이 말 듣고 먼 눈을 휘번떡 거리며,

'누가 날 더러 아버지라 하여,

나는 아들도 없고 딸도 없오.

아버지라니 누구여,

무남독녀 외딸 하나 물에 빠져 죽은지가 우금 삼년인디,

아버리라니 이거 웬말이여.'

'아이고, 아버지, 여태 눈을 못 뜨셨소?

아버지 눈을 떠서 어서어서 저를 보옵소서.

임당수 빠져 죽은 불효여식 심청이가 살아서 여기 왔소.

아버지 눈을 떠서 어서어서 저를 보옵소서.'

심봉사 이 말을 듣고 먼 눈을 휘뻔덕 거리며

'예이, 이것이 웬말이냐,

내가 죽어 수궁을 들어 왔느냐.

내가 지금 꿈을 꾸느냐.

이것이 참말이냐, 죽고 없난 내 딸 심청

여기가 어디라고 살어 오다니,웬 말이냐?

내 딸이면 어디 보자.

아이고 갑갑허여라. 내가 눈이 있어야, 내 딸을 보지.

어디 내 딸 좀 보자.'

두 눈을 끔적 끔적 허더니 눈을 번쩍 떴구나. 

 

[아니리]

 

눈을 끄고 보니 세상이 해작해작 허구나.

심봉사 눈 뜬 바람에 만좌 맹경이 모도 일시에 눈을 뜨는디

눈 뜨는 데도 장단이 이던가 보더라.

 

[자진모리]

 

만좌 맹인이 눈을 뜬다.

전라도 순창 담양 새갈모 띠는 소리라

짝 짝 짝 허드니마는 모다 눈을 떠버리난디,

석 달 안에 큰 잔치에 먼저 와서 참례하고 내려 가든 봉사들도 저의 집에서 눈을 뜨고,

미처 당도 못한 맹인, 중로(中路)에서 눈을 뜨고.

가다가 뜨고, 오다 뜨고, 자다 깨다 뜨고,

울다 웃다 뜨고 혜메다 뜨고, 떠 보느라고 뜨고,

앉어 뜨고, 서서 뜨고 무단히 뜨고

실없이 뜨고, 졸다 번듯 뜨고,

눈을 꿈적거리다 뜨고, 눈을 비벼 보느라고 뜨고,

지어 비금주수(飛禽走獸)라도 눈 먼 짐승도 일시에 눈을 떠서 광명 천지가 되었구나.

 

[아니리]

 

심봉사, 그제야 정신차려 딸을 자세히 살펴보니

칠보금관 황홀허 딸이라니, 딸인 줄 알지,

전후불견초면(前後不見初面)이로구나.

얼굴을 가만히 보더니 마는

 

[중머리]

 

옳채 인제 알것구나. 내가 분명 알겄구나.

갑자(甲子) 사월(四月) 초파일야(初八日夜), 꿈 속으 보던 얼굴, 분명헌 내 딸이라.

죽은 딸을 다시 보니, 인도환생(引導還生)을 허였는가.

내가 죽어 따라 왔나,. 이것이 꿈이냐. 이것이 생시(生時)냐.

꿈과 생시, 분별(分別)을 못 허겠네.

얼씨구나 얼씨구나 좋네

지화자 좋을씨구

어제까지도 내가 맹인이 되여 지팽이를 집고 나서면

어데로 갈 줄 아느냐 올 줄을 아느랴.

오날부터 새 세상이 되었으니 집팽이 너도 고생 많이 허였다.

피루루루 루루 내던지고

얼씨구나 얼씨구나 좋네,

지화자 자자자 좋을씨구. 

 

[중중머리]

 

얼씨구나 절시구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

어둡던 눈을 뜨고 보니, 황성궁궐(皇星宮闕)이 웬 일이며,

궁안을 살펴보니 창해만리(滄海萬里) 먼 먼 길,

인당수 죽은 몸이 환세상(還世上) 황후(皇后) 되어, 천천만만(千千萬萬) 뜻밖이라.

얼씨구나 절씨구. 어둠침침 빈방 안에, 불킨 듯이 반갑고

산양수(山陽水) 큰 싸움에 좌룡 본 듯이 반갑네.

흥진비래(興盡悲來) 고진감래(苦盡甘來), 날로 두고 이름인가.

여러 봉사들도 좋아라고 춤을 추며 노닌다.

얼씨구나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

태고적 시절 이래로  봉사 눈 떴단 말 처음이로구나.

얼씨구나 절씨구

일월이 밝아 중복허니 요순천지(堯舜千地)가 되었네.

송천자(宋天子), 폐하(陛下)도 만만세(萬萬歲).

심황후 폐하도 만만세(萬萬歲).

천천 만만세(千千萬萬歲) 태평(太平)으로만 누리소서. 얼씨구 절씨구.

얼씨구나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좋을씨구

 

[아니리]

 

여러 봉사들도 심부원군과 함께 춤을 추고 노는디,

그 중의 눈 못 뜬 봉사 하나가 아무 물색도 모르고 함부로 뛰놀다가

여러 봉사 눈 뜬 것을 듣더니마는  한편에 가 울고 있구나.

심황후 보시고 분부 허시되,

지어 비금주수(飛禽走獸)까지도 눈을 떴난디,

저 봉사는 무슨 죄가 지중허여 홀로 눈을 못 뜨는고?

사실을 알아 들여라.'

황봉사가 아뢰난디.

 

[중머리]

 

'예, 예 아뢰리다.

소맹의 죄를 아뢰리다.

심부원군 행차시에 뺑덕이네라 하는 여인을  앞 세우고 오시다가 주막에 숙소할 제,

한 밤중에 유인하여 함께  도망 하였는디 ,

그날 밤 오경시(五更時)에 심부원군(沈府院君) 우는 소리,

구천에 사무쳐서 명천(明天)이 아신 바라. 눈도 뜨지 못하옵고 ,

이런 천하 못 쓸 놈을 살려 두어 쓸데 있소?

비수검(匕首劍)드는 칼로 당장에 목숨을, 끊어 주오.

 

[아니리]

 

심황후 들으시고,

'네 죄를 생각허면 죽여 마땅허나

네 죄를 네가 말하기로 특히 살리노라.'

어명허여 놓니 황봉사는 눈을 하나 밖에 못 뜬 것이 마치 총 놓기 좋게 되었구나.

이런 일을 보드래도  적선지가(積善之家)에 필유여경(必有餘慶)이요.

적악지가(積惡之家)에 필유여악(必有餘惡)이라.

어찌, 천도(天道)가 없다 하리요.

 

[엇 중머리]

 

그 때의 심생원은, 부원군(府院君)을 봉허시고,

안씨 부인 교지를 내려 정열부인(貞烈夫人)을 봉허시고,

무릉촌 승상부인(丞相夫人)은 별급상사(別給賞賜) 시키시고,

화주승은 불러 올려 당상(堂上)을 시키시고,

젖 먹이든 부인들과 귀덕어미는 천금상을 내리시고,

무릉태수 형주자사는 내직으로 입시허고, 세역(稅役)을 없앴으니,

천천만만세(千千萬萬歲)를 누리더라.

그 뒤야 뉘 알냐.

호가(乎歌)도 장창불악(長唱不樂)이라 그만 더질 더질. 

 

 

 

 

'판소리의 이해 > 심청가 사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산제 심청가 사설  (0) 2014.05.12